끝까지 환자 지키던 ‘백의의 천사’와 작별
끝까지 환자 지키던 ‘백의의 천사’와 작별
  • 김영훈 기자
  • 승인 2018.01.30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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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김점자·김라희씨 발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당시 끝까지 환자들을 돌보다 유명을 달리한 두 명의 ‘백의의 천사’가 30일 가족곁을 떠났다.

이날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김점자(49·여)씨와 김라희(37·여)씨 발인이 나란히 진행됐다.

오전 8시 40분께 밀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2층 책임 간호사였던 김점자씨 발인이 엄수됐다.

화재 당일 그는 어머니께 “석류와 요구르트를 갈아놓았으니 챙겨 드시라”고 말한 뒤 병원으로 출근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어머니와 통화하던 김점자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화하던 중 “불이 났다”는 마지막 말만 남긴 채 가족곁을 떠났다.

한 유족은 “가슴이 너무 아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다”고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오전 9시 10분께 농협 장례식장에선 김라희씨 유족 20여 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간호조무사였던 김라희씨는 세종병원 화재 당시 마지막까지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다 숨졌다.

대학 간호학과에 지원하며 정식 간호사가 되길 바랬던 그는 합격자 발표도 보지 못하고 병원을 덮친 화마에 가족곁을 떠났다.

평소 쾌활한 성격이던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남편과 입맞춤을 했을 정도로 금슬도 좋았다고 한다.

화재 당일인 26일 김씨는 출근 30여 분 만에 “살려달라”는 전화 두 통을 남긴 채 남편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남편 이모(37)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발인을 시작한 두 사람의 관은 같은 장소에 나란히 도착해 화장됐다.

김점자씨 유족이 먼저 화장장에 들어섰고 뒤이어 김라희씨 유족이 도착했다. 화장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한 유족이 “얼굴 한 번만 보고 가라”라며 관을 보내려 하지 않아 다른 유족들이 나서 말려야만 했다. 이어 화장장으로 들어간 김라희씨 유족들도 손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오열하며 고인을 배웅했다.

유족 한 사람은 도중에 쓰러져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화재 당시 환자들을 돌봤던 간호인력 2명을 비롯, 11명에 대한 발인이 밀양, 부산, 대구, 김해 등 분산된 장례식장에서 계속됐다.

김영훈기자



 
밀양 화재 사망 간호사·조무사 발인
30일 오전 밀양시 농협장례식장 화장장 앞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환자들을 돌봤던 세종병원 책임간호사 김모(왼쪽)씨와 간호조무사 김모씨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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