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2월의 교단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단에서] 2월의 교단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2.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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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봄의 징검다리로 가슴 설레게 하는 봄을 얘기할 수 있는 달이라며 찬미하는 인터넷게시판의 글이 눈길을 모은다. 한 학기를 마감하는 2월의 교단은 분주하기만 하다. 이것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여느 달보다 몸부림치는 달이기 때문이다. 짧아서 아쉽고 좀 더 열심히 매진할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자괴감까지 생기는 달인 것이다. 죽지 않을 만큼 최선의 노력으로 올인 했다싶어도 아쉬움과 부족함은 교단 곁에는 늘 머무르기 마련이다.

필자가 소속된 벽지분교의 2월은 졸업식과 함께 학예발표회를 앞두고 있어 더욱 분주하기만 하다. 바쁜 일상중이지만 우선 아이들에게 해당학년도의 국어, 수학 교육과정의 기초학습을 튼튼하게 마무리 지어야하고 학예발표회 또한 1년 동안 방과후 학교나 각종 행사활동에서 해왔던 내용을 자연스럽게 발표하는 장으로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18개 성상을 하동 교단에서 보냈는데 이동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번 2월이 색다른 전환점으로 다가옴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묵묵히 꿋꿋하게 소신껏 살아온 세월들이 최근 들어 너무 미련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가끔씩 뒤돌아 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열과 성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는 하동의 교단생활이었다고 자긍심을 가져본다. 그래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2월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지난 연말 건강검진 결과 뜻밖에 이런저런 잔병들에 노출된 위험한 시기와 맞물려 삶의 방식을 재조명하여 새롭게 조정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아야 될 시기인 것과 유종의 미, 아름다운 갈무리 생각으로 계획과 생각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올해부터는 인사발령 공개 시점을 당기고 2월 말 새 학년도를 준비하는 교육과정 워크샵을 이동한 학교로 미리 가서 함께 하게 되어있다. 3월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면 시작과 동시에 교육과정이 정상 운영되도록 2월에 미리 전입한 학교로 가서 새학년도 교육과정을 함께 준비하는 것은 진취적인 교육혁신으로써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오랜 세월 머물었던 지역 교단의 갈무리, 학교, 학년 마무리에 더 숨가쁜 상황이 되었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마무리의 달,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며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외로운(?) 사념들을 물고 오는 2월의 밤, 잠을 설치다가 홍수희 시인의 ‘그렇게 2월은 간다.’ 시를 펼쳐 음미해 본다.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2월을 안다//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2월을 안다//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놓여진/조촐한 징검다리였을뿐//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최숙향(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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