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거부하지 않을 권리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거부하지 않을 권리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2.1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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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억지로 나의 몸을 만지려고 하면 “안돼요!”, “싫어요!”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리고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거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보면서도 그 교육방식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 병원에서 근로를 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게 된 적이 있다. 친구와 한 대화 내용은 애석하게도 각자가 당했던 성추행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남자 직원이 친구의 등허리에 손을 올린 이야기, 손을 잡혔던 이야기, 내가 아무런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어린아이였다면 선생님께 배운 대로 그 자리에서 ‘싫어요’라고 외칠 수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무 말할 수 없었던 현실을 살고 있는 친구와 나는 좁은 ‘카톡 방’ 안에서 끊임없이 ‘Me too’라고 외쳤다. 소리치지 못하고 좁은 방에서만 울려 퍼진 ‘Me too’는 결국 고백할 용기가 없는 나를 알기에 그것에서 오는 좌절감과 수치심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미투 운동은 SNS에서 해시태그로 ‘#MeToo’를 달아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신을 추행했던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 운동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고백에도 불가하고 ‘왜 8년 전 일을 이제 와서 꺼내냐’는 질타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사건과는 무관한 서지현 검사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심지어 한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이는 ‘서지현 검사 성형’과 같은 키워드가 그의 이름 뒤에 따라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범죄로 인한 1차 피해 외에도 시선들에 의하여 2차 피해를 받게 된다. 나는 2차 피해가 ‘피해자 유발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피해자가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거나 유도했다는 것인데 이 피해자 유발론은 앞서 얘기한 교육방식의 영향이 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약자에게 거부를 교육하는 것은 강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되었다.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왜 거부를 하지 않았냐며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거부의 문제 이전에 상대의 동의가 없다면 어떠한 성적 행동도 하지 않는 게 맞다. 침묵은 긍정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약자들이 나체로 길거리를 걸어 다니더라도 공연음란죄로 경찰서에 갈지언정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희성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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