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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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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2  0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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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게. 그 대신 완아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칭찬 많이 들을 짓 하는지 할머니께 여쭈어 보고 네 부탁도 들어줄게.”

아이가 단박 양지의 깍지를 풀며 두 팔을 휘두른다.

“야 신난다. 좋아요. 내 친구들한테 자랑해도 되죠?”

즐거워진 아이는 양지가 머문 그 밤 내내 심부름도 잘하고 산토끼처럼 경쾌한 동작으로 신바람을 냈다.

양지는 이튿날 현태아들 완이가 다니는 유치원 아이들을 수연이 때처럼 빵집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들의 기호대로 빵, 우유를 비롯한 음료까지 필요 이상으로 잔뜩 사놓고 아이들 얼굴을 하나 둘 점찍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잘 모르지?”

순진한 아이들은 저마다의 반응으로 긍정을 했다.

“나 완이 엄마야. 돈 벌러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집에 자주 못 와. 그래서 우리 완이는 엄마 없는 아이처럼 할머니랑 사는 거야. 그러니까 늬들 눈에는 엄마 없는 아이처럼 보였을 거고. 우리 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얼마나 예쁘고 건강했는지 너희들은 잘 모르지? 꿈에 아주 무서운 로봇하고 싸워서 이긴 씩씩한 어린이가 있었는데 그게 우리 완이의 태몽이야.”

아이들이 와아, 소리를 지르며 짝짝 소리 나게 손뼉을 쳐댔다. 맘대로 지어 낸 태몽 이야기는 효과 백프로였다. 슬쩍 둘러보니 아이들 모두 신기한 정보에 눈뜬 놀라움으로 눈이 빛났다. 양지는 천연스러운 음색으로 아이들에게 앞에 놓인 것들을 어서 먹으라고 권했다.

“어서 먹고 더 먹고 싶으면 또 사줄게. 앞으로 우리 완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면 아줌마가 외국에 갔다 와서 또 맛있는 것들 많이많이 사줄게, 알았지?”

“완이 엄마 또 외국에 가요?”

한 아이가 대답하자 양지는 옳다 꾸나 쐐기를 박았다.

“그럼 회사에 가서 열심히 돈 벌어야 다음에 또 늬들 맛있는 거 사주지. 그땐 빵하고 아이스크림과 장난감도 많이 사줄 거야. 알았지? 일이 많으면 자주 못올 지도 모르니까 우리 완이랑 사이좋게 잘 놀아줘, 부탁한다. 니들한테 맛있는 거 많이많이 사줄 것도 약속할게.”

양지가 남은 과자에 덤으로 장난감 선물까지 사서 안기자 아이들은 금세 완이를 둘러싸고 올망졸망 머리를 맞대고 선물 자랑을 한다. 완이는 한 순간 주인공 왕자가 됐다.

완이를 배려한 양지의 행동에 감동한 현태의 어머니가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권했지만 양지는 서둘러서 대문을 나섰다. 터미널로 가는 구부러진 들길로 묘한 인연의 두 여인이 걸어가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은 지 자신의 일상사와 심경에 관한 것까지 현태어머니는 시시콜콜 좀체 말을 끊지 않았다.

버스가 움직인 뒤에야 양지는 현태의 집에서 있었던 시간을 정리하듯 돌이켜보았다. 양지의 처지를 연민하며 중얼거리던 마지막 말도 뇌리에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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