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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4>연대도와 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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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22: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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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출렁다리로 이어놓은 연대도와 만지도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비진도 산호길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연대도 지겟길, 지게 하나 지고 다닐 정도로 좁고 외진 길이라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의 연대(烟臺, 봉화대)가 섬의 정상인 연대봉에 있어서 그대로 섬 이름이 된 연대도와 주변의 다른 섬보다 늦게 주민이 정착해서 살았다는 만지도가 의좋은 형제처럼 출렁다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떠 있는 두 섬. 어린 시절 읽었던 ‘의좋은 형제’를 떠올리며 연대도 지겟길에 스며있는 주민들의 동화 같은 삶을 만나기 위해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연대도와 만지도, 섬 힐링여행을 떠났다.
 

   
금줄을 쳐 놓은 별신장군 비석.

통영의 미륵도 달아항에서 연대도와 만지도로 가는 배는 자주 있었다. 달아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정도 지나자 연대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선 포구나무 아래서 기원제를 지내고 연대도 지겟길 트레킹을 시작했다. 연대마을 앞 넓은 공간에 선 ‘별신장군(別神將軍)’ 비석은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별신굿을 하는 곳이라 별신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별신장군 비 옆에 연대도사패지해면기념비(烟臺島賜牌地解免紀念碑)가 서 있었다. 이 비는 연대도 주민들에겐 매우 의미있는 기념비다. 연대도는 섬 전체가 1665년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셔놓은 충렬사(忠烈祠) 사패지(왕이 내려주는 전답)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소작농이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49년에 농지개혁이 있었지만 일부 대지와 전답은 여전히 충렬사 사패지로 남아 있다가 1989년 7월에 그 소유권이 섬 주민에게로 이전되었는데 그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다.

 

   
스토리가 담긴 연대도 주민의 문패.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패

연대마을 골목길을 따라가자 지겟길 초입을 알리는 문이 하나 서 있었다. 시멘트길에서 흙길로 접어드는 순간, 어릴 적에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하러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당시엔 나뭇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무척 힘이 들었다. 등에 땔감을 진 지게 대신 작은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데도 숨이 찼다. 시누대숲길을 지나 오곡도전망대에 오르자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섬 가장자리가 모두 바위로 둘러쳐진 오곡도와 비진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연대봉의 팔부 능선을 한 바퀴 둘러보고 연대마을로 향해 내려오는 길에 마른 풀들이 무성한 다랭이꽃밭을 만났다. 꽃 진 자리엔 차가운 바닷바람이 마른 풀잎들을 흔들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버거운 듯 고개를 외신 마른 잎들을 보면서 꽃도, 젊음도, 사랑도 모두 때가 되면 시드는 것이 자연의 이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뜨는 순간, 한 숭어리 여성 탐방객들이 활짝 웃음꽃을 피우며 내려오는 풍경을 보았다.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진정한 꽃은 계절의 변화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기쁨의 발로(發露)인 웃음이 바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아름다운 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겟길 출발지인 연대 마을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달아놓은 문패가 눈에 띄었다. 바다를 향해 선 집들의 대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무척 다정하게 보였다. 연대도 섬 모양을 딴 문패에다 집주인과 집안에 대한 스토리를 새겨놓아 친근감이 갔다. 같은 모양의 문패에 각각 다른 삶의 내력을 적어놓은 문패를 읽는 재미 또한 큰 즐거움을 주었다. <‘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인 이학조씨 댁’- 잘 생긴 신랑 이학조님, 키다리 각시 하양섬은 추자도에서 시집 왔습니다. 연대도 앞바다에서 가두리 어업을 하십니다.>, <‘윷놀이 최고 서재목 손재희의 집’-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 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 <‘부지런한 섬 할머니 송주선’- 개발(조개나 해산물 채취)도 잘하고 밭일도 열심인 송주선 할머니댁>,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이 삽니다. 말이 없어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 등 섬주민 모두가 자신이 하는 일과 살아온 삶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문패에 새겨놓았다. 그렇다. 이웃을 형제처럼 여기며, 부질없는 자리 욕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온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문패에 새겨놓은 그 자존감이 이분들로 하여금 세상의 진정한 주인공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누리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견우, 직녀가 만나는 길.


◇견우·직녀가 만나던 만지도 둘레길

문패를 읽는데 정신을 팔다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렸다. 마을 부녀회에서 마련한 굴떡국 또한 명품이었지만 주민들의 따뜻한 품성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2015년 1월 연대도와 만지도 사이에 길이 98m, 폭 2m의 출렁다리가 개통됨으로써 연대도 지겟길과 만지도 둘레길은 걷기 좋은 길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출렁다리 위에선 많은 탐방객들이 겨울 추위도 잊은 채 스릴을 만끽하고 있었다. 만지도 둘레길에 설치해 놓은 나무데크길도 옥색바다와 잘 어울렸다. 바닷가 데크길을 300m 정도 걸어가니 명품마을로 선정된 만지마을이 나타났다. 태양열에너지를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탄소제로 섬답게 깔끔한 무공해마을이었다. 마을 뒤 산기슭으로 이어진 만지도 둘레길엔 섬마을 처녀와 총각이 서로 다른 길로 올라와 저녁 시간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서 만나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던 ‘견우길’과 ‘직녀길’도 무척 운치가 있었다.

펼쳐진 옥색 바다를 바라보며 닿은 명품 해송, 수령 200년이 된 소나무 그늘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었다. 물고기 형상으로 만들어놓은 나무의자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바라본 만지도 앞바다의 전복양식장 또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만지봉과 욕지도전망대를 지나 동백나무 숲길과 해안길을 걸어 연대마을로 되돌아왔다.

연대도 선착장을 떠나오면서 바라본 연대도와 만지도를 이어놓은 출렁다리, 사람들이 건널 때마다 보여준 그 출렁거림은 의좋은 형제처럼 마주선 두 섬이 서로 교감하는 행복의 몸짓이었는지도 모른다. 연대도 지겟길과 만지도 둘레길에서 세상이 서로 교감하고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었던 하루였다. 바다와 배, 사람 모두 행복에 겨워 출렁이고 있다.

/박종현(시인·경남과학기술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연대도 앞바다의 양식장 모습
연대도 앞바다의 양식장 모습.
지겟길 쉼터에 놓인 의자
지겟길 쉼터에 놓인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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