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전래돼 온 말 중에서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지정학적 환경이거나 오랜 문화적 전통이거나 우리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당파에서 왜곡되어 생긴 것인지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
우스갯소리로 그 나라의 국기가 그 나라의 국민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섬나라 일본의 경우는 스모, 즉 밀쳐내는 경기가 대표하고 미국은 개척정신에 걸맞는 럭비가 대표적이라면 한국의 경우 한 사람을 쓰러뜨려야 하는 씨름이 대표적 경기인데 그 나라 국민성과 닮았다는 얘기다.
오래 전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의 ‘한국인의 참게성질’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대충 이런 이야기이다. 참게는 민물 게로 털이 많고 발톱이 날카로워 깊은 항아리 속에 넣어도 제 발로 기어 나온다. 그러나 게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항아리 속에 넣으면 한 마리도 나올 수 없다. 한 마리가 기어오르기 시작하면 다른 게들이 뒷다리를 잡고 서로 엉켜 붙어 떨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인의 남의 뒷다리 잡기 풍조를 항아리 속 참게에 비유한 것이다. 한 사람이 튀기 시작하면 금방 밑에서 끌어내리는 악습은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 요인이라고 그는 지적한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마음속에 그분이 지적한 항아리 속 참게 근성이 도사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자주 접했던 인사청문회에서 종종 실례를 볼 수 있듯이 그간의 입신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던 사람도 작은 흠집 하나에 설 수 없는 사람으로 되고, 기업도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발전해야 하는데 시기와 질투로 깎아내리려고 하는 풍토가 팽배하고 하물며 주민으로부터 인기가 많으면 유언비어나 험담을 퍼뜨리고 까발리는 풍토는 이제 그만 접어야만 할 것이다. 상대를 칭찬하고 치켜세워주는 문화가 형성돼야하고 그래야 선진국으로 발전할 것이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북유럽인들이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이 나를 존중해주기 때문에 나도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고 존중하게 되어 오늘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국어 100점, 산수 35점 등등 시험지를 집에 가져와 부모에게 보여줬는데 그 학생 아버지는 친구들이 집에 모임으로 오게 될 것에 대비해 아들의 100점짜리 시험지를 벽에 붙여놓고 친구들을 맞이하면서 아들 자랑을 했다.
이를 목격한 그 초등학생 아들은 그렇게 좋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산수공부를 열심히 해서 100점을 받아 오더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흠집을 들추는 것보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런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주용환(사천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