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변화는 시작되었고,이젠 멈출수 없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여성칼럼]변화는 시작되었고,이젠 멈출수 없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 경남일보
  • 승인 2018.03.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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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공교롭게도 여성의 날 행사을 앞두고 진주여성단체들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진주지역에서 발생한 성추행사건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7년 11월경 진주시 모복지관 관장이 공공행사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술이 취한 상태로 행사장에 참석해서 다른 시설 교사를 대상으로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처리되어 진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사건 발생시 그렇게 많은 목격자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아무 제재없이 기관장의 권좌에 올라 있었단 말인가? 또다시 같거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가해자는 간데없고 제2의,제3의 피해자들만 더 많아질 판이다. 성추행사건을 대하는 우리 진주시의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한 이유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모정치인의 수행비서가 자신이 당한 성폭행,성추행 사실을 폭로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받고 있다.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성차별적 권력구조에서 일어났던 성폭력 사건들이 미투운동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예전 같으면 일도 아니었던 일들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엄연한 범죄다. 개인간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함께 공정하게 해결해 갈 때 성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 미투운동이 미투로만 끝나는 것이다. 단순히 미투한 사건만을 해결하기 위한 제스처만으로 끝내서는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미투를 외쳤던 피해자는 2차 가해뿐만 아니라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사회의 자정노력을 믿고 미투를 외친 피해자들을 응원하며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학계·문화계·예술계·정치계 이제 예외공간은 없다. 일상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위계질서 문화를 근절하고 불합리한 문화를 바꿀 때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여성노동자 수 만 명이 뉴욕 루터거스 광장에서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목숨이 위협받았고 저임금, 생활고에 허덕였으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기에 절실한 거리투쟁이었다. 이것이 세계여성의 날의 유래다. 그 이후 어떻게 변했을까?

약자라는 이유로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집으로 가다가, 데이트폭력으로, 가정폭력으로 살해당하고 있다. 또한 오늘도 미투조차 외치지 못하는 성폭력피해자가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깨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가 계속 된다면 내 삶 역시 안전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역시 행복할 수 없다. 하지만 겨울속에서 피는 꽃이 있듯이, 봄을 기다리지 않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바람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5년에서야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고, 일본은 2016년이 되어서야 재혼금지 기간을 6개월에서 100일로 개정했다. 남녀평등지수 116위의 우리나라는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고 2013년 친고죄가 폐지되었다. 아직은 갈길이 너무 멀긴 하지만 우리는 이런 바람이 순풍임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바꿀 수 없는 것은 없다. 우리는 촛불로 정권도 바꿔내지 않았던가? 성평등은 멀리 있지 않다. 나란히 서있기만 해도 해결 될 문제가 너무도 많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여성들은 혹은 을의 관계에 있는 이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의, 내 삶의 행복한 민주주의를 찾자. 시간이 흘러 오늘을 돌이켜볼 때 여전히 바뀌지않은 우리 사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숙하지못했던 때도 있었지하며 세계여성의 날을 웃으며 축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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