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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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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2  23: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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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참아주자 바쁜 사람아이가. 그리고 언니도 그 담배 좀 그만 피우고 끊어라. 건강에도 안 좋다는데, 줄담배를 피우고 그라노. 요새 사회적 관심사도 맨 금연 그쪽으로 쏠리더라.”

담배를 물고 있던 귀남이 입술에서 담배를 빼들며 대뜸 양지를 노려보았다.

“담배는 호남이도 핀다. 돈도 없는 게 용돈 얻어서 담배만 꼬실라대니 담뱃값만 날린다꼬 그라재?”

“아이고 또 시작이네. 말을 그리 빼딱하게 듣노. 호남이 보다 언니는 여러 가지로 약자야. 언니 건강 생각해서 그러지 담배가 보약인데도 내가 그랄까.”

언니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양지는 제가 못 견딜 아픔 때문에 더 금연 강요를 하게 됐다. 양지의 아득한 연상 속에는 갈피 잡을 수 없는 황무지를 검불처럼 외롭고 슬픈 영혼이 되어 휩쓸리는 한 인간의 그림자가 귀남으로 그려졌다. 어떤 방종이나 방황, 일탈도 자의가 아니므로 진정한 자유가 아닌 유기물체의 안타까운 절규의 한 동작처럼 보이는 것이다. 잡히지도 않는 실체를 향한 갈망이 타들어가는 담배 속에 서서히 조금씩 허무로 증발하면 뒤집히는 속을 감 잡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것 같아 싫었다.

“사람에게 백해무익이라고 의사들이 하는 말 너도 들었구나.”

“굳이 의사들 말 아니라도 담배 때문에 폐암 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숫자도 있더라.”

“담배 때문에? 그라모 담배 회사를 없애모 될 걸 담배는 와 자꾸 맹글어 내면서 뭔 지랄들인고. 그거는 와 말 안하노?”

필요악도 있다는 말이 먹혀들 자리는 없다.

“그러니까 권고하잖아. 자기 건강은 스스로 지키라고.”

“이깟 세상 오래 살기는 뭐.”

시니컬하게 중얼거린 귀남은 몇 번 더 남은 담배를 빨아들인 뒤 창 쪽으로 연기를 뿜어낸 후 재떨이 위로 꽁초를 짓이겨 불을 끄는데 동작이 사뭇 거칠다. 손에 묻은 이물을 손가락으로 탁탁 털어 낸 뒤 귀남은 슬몃 양지를 훑어보았다. 습관적인 깐족거림의 전조다.

“나 오늘 너라는 애, 최 쾌남이 다시 봤다. 너무 교과서적 아이가? 얼마 전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구십 살 넘은 할아버지가 담배 피는 게 낙이라서 손가락에 담뱃진이 노랗게 물들도록 줄담배를 물고 산다는 말 안 들어봤나? 복잡한 머릿속도 담배 한 대 피면서 정리하는 거 나 혼자만 하는 거 아니다. 대학교수나 소설가 화가들도 그런다더라.”

“나도 그런 건 알아. 그렇지만 남이 하니까 같이 해도 된다는 말로 들린다.”

“맹추, 그게 어찌 같냐? 막걸리 보다 맥주나 소주 좋아하는 사람 각각이고 고기보다 나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귀남의 반박을 듣다 양지도 큭 웃었다.

“기호품 차이라 이 말인데, 그래 알았다. 줄담배 빡빡 피우면서 천년만년 살아내서 증인으로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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