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에서 흙의 본질을 찾다
1300℃에서 흙의 본질을 찾다
  • 김귀현
  • 승인 2018.03.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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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7일 도문예회관, 지산 이종능 작가 특별전
30년 간 ‘흙의 질감’으로 소통해 온 지산 이종능 작가의 특별 전시가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경남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지산 이종능 작가는 경상대학교 출신으로, 경기도 광주에서 ‘지산도천방(芝山陶天房)’을 열고 작품 활동 중이다.

이종능 작가는 흙의 흔적을 말하는 ‘토흔(土痕)’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한국의 대표적 도예가다.

이종능 작가는 30년 간 흙, 불의 본질에 무게를 둔 연구를 통해 유약의 색에 의존하던 전통 방식을 넘어 흙 본연의 질감과 색, 독창적인 세계를 찾아냈다.

그는 1990~1993년까지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을 답사하며 북방·남방문화의 흐름을 체험하며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일본의 도요지, 중국의 명차 산지인 윈나성, 명요를 다녀오면서 동양 3국의 도자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일본에서 도자기 수업을 할 당시엔 사고로 손가락 하나도 잃었다.

그는 ‘토흔’이라는 원시성의 질감을 간직한, 세계 도자사(陶瓷史)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도자기를 탄생시켰다. 이것은 어느 계파와 장르에도 구애 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로 이어졌다.

이종능 작가는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때 한국의 대표자가로 선정돼 도예 초대전을 열기 시작,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07년 대영박물관, 2013~2015년 미국 워싱턴, 뉴욕, LA 전시회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스미소니언뮤지엄의 자연사 박물관 폴 테일러 박사는 “처음 보는 유니크(unique)한 작품이라 행복하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작품세계가 신선하다. 특히 도자기 벽화는 기존의 도자기 모습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로 이 도예가의 창의적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한 바 있다.

도자기 인생 후반 30년을 시작하는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꿈 시리즈. 이는 태초의 인간 본연의 내면을 기하학적 추상 문양과 현대적 색감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를 비롯한 30여 년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 10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선보였던 ‘백색의 달 항아리’ 계보를 잇는 달 항아리 연작들과 토흔 작품, 도자기 벽화, 꿈 시리즈 등이다. ‘내 어릴 적에’라는 아이가 소 등에 기대어 잠을 자는 작품도 재미있다. 기다림과 꿈을 상징하는 ‘쑥부쟁이’ 시리즈도 전시된다. 대표적인 토흔 작품 중 ‘고향의 언덕’ 골동이야기 2 역시 전시된다.

이번 전시 주제는 ‘1978 그 후 40년’이다. 그가 대학에 입학한 해다. 1979년의 지리산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장맛비가 내린 후 흙이 쓸려간 어느 지점에선가 보게 된, 무지개 빛이 서린 형형색색 흙의 색깔에 매료되면서 도예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그는 산청과 하동의 흙을 쓰고, 진주도 자주 찾는다. 그를 길러 준 진주, 지리산과는 항상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이종능 작가는 “앞으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지산 이종능 작가가 도자기 유약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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