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ME TOO 운동에 대한 몇몇 반응들을 보면서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ME TOO 운동에 대한 몇몇 반응들을 보면서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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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이어져 나가고 있다.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져 왔는지를 드러내고, 그런 문화를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여성 혹은 사회적 약자들을 인격과 인권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성적 혹은 권력의 대상으로 여기고, 여성의 몸과 성을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왔던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미투운동에 대해 간간히 들려오는 반응들 중에는 이 운동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이 운동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 변화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를 낳는 것들이 있다.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통령과 5당대표의 회동에서의 홍준표 대표의 발언처럼, 미투운동을 음모론과 연결하는 행태이다. 음모론에는 피해자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폭로를 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는 여전히 피해자를 한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조종받는 꼭두각시와 같은 비인격체로 보는 것으로써 피해자를 대상화하거나 도구로 보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번째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무고일 수도 있다고 하는 의견들이다.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는 세상에서 무고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가해자가 무고를 당할까봐 걱정하는 것만큼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를 걱정했었던 적인 있는지, 우리가 피해자들의 말을 제대로 듣기나 했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세 번째는 미투운동 관련 이슈 때문에 다른 큰 이슈들이 묻힌다는 이유로 이제는 그만하자는 의견들이다. 과거로부터 여성문제는 늘 나중의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무엇이 큰 이슈이고 무엇이 작은 이슈일까? 북핵문제는 우리 국민들 전체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고, 미투운동은 여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나 미투운동이 여성과만 관련된 문제일까? 미투운동은 권력을 성적 폭력의 형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권력오남용에 대한 문제이다. 큰 이슈를 묻히게 한다고 그만하자고 하는 것은 지금껏 말 못하고 삼켜왔던 피해자들의 입을 다시 닫게 하고 사회에 대한 건전한 문제제기를 막는 것이다. 또한 미투운동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모두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이슈들이라는 점에서 함부로 그것들의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차도 같이 안타고 밥도 먹지 않고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미투운동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의견들이다. 이런 의견들은 미투운동을 농담거리의 하나로 소비하는 행태와 함께 미투운동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적잖이 불편한 마음을 일으킨다. 또한 여전히 여성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가볍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가부장제적 사고의 한 단면을 확인하게 된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어떤 모습이거나 어떤 행동을 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일어나는 범죄이다. 여성과 거리두기라는 해법은 피해자를 전면에 내세워 가해자를 뒤로 숨기는 행태이다. 이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지향하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강문순(전 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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