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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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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22: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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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싫어서 안했고, 호남이는 한 번 해봤는데 나한테는 와 아무 말도 안하는데?”

“뭘,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이유를 알아야 시인을 하고 사과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이가.”

“나더러 처녀 귀신으로 같이 늙어죽자는 건 아닐 건데 와 걱정 한 번도 안 하노 말이다. 만약 나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서 내가 결혼을 하겠다면 니들 나 시집보내 줄래?”

양지는 그날 언니는 병자라는 생각으로 밀쳐놓았던 무관심을 사과하며, 건강해지면 앞장서서 주선할거니까 어서 병이나 나으라고, 약은 잘 챙겨먹었는지만 확인 했었다.

그 사이 둘의 언성은 더 격렬해졌다.

“나도 그 손님 좋아해. 그렇지만 언니가 말하는 그런 식은 아니다. 마담은 만인의 애인이다.”

“봐라, 내 말이 맞지. 그래서 더 질투한다 이 말이다.”

질투라는 귀남의 말이 거듭되자 자존심 상한 호남의 분기가 자극을 받았는지 붉으락푸르락 두 볼의 살갗이 후들거렸다.

“내가 지금 네 까짓 걸 질투해서 그런다꼬?”

호남이 쏘아붙였지만 눈치가 없는지 연적의 비위를 뒤집기로 작심을 했는지 귀남은 미얄스런 한마디 말로 야무지게 쐐기를 박았다.

“내가 물어봤는데 니는 남자 겉이 무뚝뚝해서 여자 맛이 안 나고 여성적인 매력은 내가 훨씬 더 낫다더라.”

그 순간 야불거리는 귀남의 볼 위로 호남의 손이 짝, 소리 나게 부딪쳤다. 잠시 충격을 삭이고 있던 귀남이 볼을 싸쥐고 있던 손을 떼는데 입귀로 빨간 피가 침과 섞여 흘렀다. 늘 그랬듯이 익숙한 동작으로 호남과 귀남의 사이를 막아섰지만 어느 틈엔가 귀남의 손에는 과도가 들려 있었다. 호남의 얼굴에도 싹 핏기가 가셨다. 칼을 높이 들고 꼿꼿이 선 채 막상 다음 단계의 어떤 행동으로도 옮기지 못하는 귀남을 보고 이번에는 호남이 밖에 있던 큰 몽둥이를 들고 와서 마주 보며 치켜들었다. 기 싸움이라면 윽박질러서라도 이기는 뚝심이 호남의 장기였다. 귀남이 가지고 있는 과도보다 몇 배나 크고 무작스러워 귀남을 내려치는 순간 박살이 날 같이 위험스러운 큰 물건이다. 잠시 대치를 보였던 호남은 시위하듯 쟁반에 담겨있는 단감을 후려쳐 쟁반까지 깨뜨린 뒤 귀남의 두 눈을 마주 겨누었다. 기선 제압의 이단계로 앞에 있는 탁자를 탁 내려치자 위에 얹혀있던 화장품을 비롯한 일상용품들이 깨지고 뒤집히며 아래로 떨어져 딩굴었다. 술병도 뒹굴고 목이 긴 크리스털 그라스가 바닥에서 산산조각 난 장면과 흡사하다. 술 취한 뭇 사내들을 제압하고 다스리는 내공이다.

싸움의 단초는 늘 그렇듯이 발효된 묵은 감정의 폭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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