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75% 인건비 절감 '희망퇴직' 신청 받아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고강도 자구안 제출 시한이 3주 앞으로 닥치면서 STX조선해양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조선업 생태계를 고려해 STX조선은 일단 자력생존 시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강력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또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사측 자구안과 이에 동의하는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은 한 달 뒤인 다음달 9일로 못 박았다. 그러나 또 다시 대규모 감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STX조선의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장윤근 STX조선 대표이사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인적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계획이 또다시 불가피하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장 대표는 “회사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당장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목표에 미달하면 권고사직을 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존속해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차 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표이사 담화문에 이어 사측은 2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STX조선해양 직원은 1300여 명으로 생산직은 690여 명이다. 생산직 75% 인건비 절감이란 목표를 맞추려면 생산직 500여 명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협력업체로 소속을 옮겨야 한다.
노조는 한창 때 3600여 명에 달했던 직원 수가 지금은 1300여 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임금도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상황에서 몸집을 더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정규직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고 노조는 지적했다. 일거리가 없음에도 고용을 유지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닐뿐더러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에도 역행한다고 노조는 항변했다.
고민철 STX조선 노조 지회장은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 구조조정 없이 현재 인원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런 의견을 사측에 제시했음에도 인적 구조조정 방침이 세워져 노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원이든 비노조원이든 STX조선 직원들은 정부, 채권단 요구사항이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 대표이사 조차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연명에 대한 의무사항이 너무나 가혹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STX조선은 경영난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2013년부터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했다. 그동안 4차례 희망퇴직을 했고 이번이 5번째다.
황용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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