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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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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02: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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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귀남의 버릇을 고치기로 작정하고 왔던 것처럼 성큼 다가선 호남이 키 작은 귀남의 멱살을 바짝 조여서 들자 호남의 턱밑에서 귀남의 모습은 고장 난 인형처럼 버둥거렸다. 그렇지만 꼿꼿하게 얼굴을 추켜들고 호남을 쏘아보는 귀남의 눈길에도 필살의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달랑 들린 귀남의 얼굴을 찍어보면서 호남은 침이 튕기는 입술로 조롱을 토해냈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정말!. 대체 니가 뭔데. 흥, 꼴에도 언니라고? 언니면 언니답게 행동을 해야 대접을 하든 말든 하지. 이게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야 이년아. 그래서 수술 다시 하자고 했잖아.”

“얼씨구 그래 장하다 이년아. 날짜 잡고 시간 잡고 또 줄행랑 칠거?”

“그래 니 잘났다 이년아. 돈을 칭칭 감고 겉은 멀쩡한 년이 경찰서나 드나드는 주제에 저는 뭘 그리 대단하게 잘한다고. 남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형제간에 질투나 하면서.”

귀남이 쏜 화살로 불뚝성이 치솟은 호남은 차마 사람을 치지는 못하고 다시 눈앞에 놓인 것들을 몽둥이타작하기 시작했다.

“이 년아 화풀이를 와 그리하노. 미운 건 난데.”

“너라고 이렇게 못 만들 것 같애?”

위협적인 손짓으로 쑥 내민 호남의 몽둥이가 귀남의 면상 앞으로 확 디밀어졌다.

“뭐, 이게 참말로!”

차마 거기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던 듯 잠시 흠칫했던 귀남의 얼굴 위로 이내 하얀 비웃음이 얼룩졌다. 자매간의 어이없는 기 싸움이다. 취기도 아닌 맨 정신이라 대치는 더 심각한 양상으로 바뀌었다. 귀남이 호남에게로 바짝 붙어서며 가슴을 내민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해봐!”

“이게, 사람을 뭘로 보고. 하라면 내가 못할 줄 알고!”

크게 칠 듯이 겨누며 호남이도 귀남의 머리 위로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귀남이도 지지 않고 두 눈을 하얗게 뒤집으며 호남의 가슴을 밀었다.

“하자, 그래 니 년이 그라는데 나는 몬할 줄 아나?”

양지는 다시 그들 사이로 나섰다.

“너것들 참말로 이럴래. 얼나들도 아닌 어른들이 언제까지 이랄래. 밖에서 남들이 본다.”

소란함이 밖으로 새나갈까봐 틈없이 바투 방문을 당기면서 양지가 주의를 주었지만 대치한 두 사람의 기세까지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칼과 몽둥이를 든 자매가 꽤 넓은 방안이 비좁아보이도록 충만한 기싸움을 한다. 손에는 흉기가 들려있다. 병증이 있는 귀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격해진 호남이도 지금 이 순간에는 그 흉기를 사용할지 모른다.

“그만해. 정말 다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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