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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청년들이여, 칭기즈칸을 보라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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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7  23: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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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를 감소시킨 사나이’, 혹은 ‘로마를 뛰어 넘는 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사나이’, 몽골제국의 창업자 ‘칭기즈칸’에 대한 평가다. 어릴적 이름은 테무진이다. ‘단단한 무쇠’ 라는 뜻으로 그의 아버지 예수가이가 자기가 죽인 타타르족 맹장 이름을 가져다 지었다. 어머니 호엘룬은 메르키트족에게서 납치해온 여성이었다. 나중에 테무진의 아버지는 타타르족에게 독살당하고 테무진의 아내는 메르키트족에게 납치당했으니 한 골씩 주고받은 셈이다. 초원의 중앙은 목초가 풍부하지만 변두리로 갈수록 풀이 빈약했다. 몽골족이 처음 초원에 등장했을 때 이들은 변두리의 작은 부족에 불과했다. 이런 몽골족이 100년도 안되는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한 것은 경이적인 일이다. 군대도 겨우 10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제국을 건설한 비결은 유연성이었다. 그는 이 동네와 싸우며 배운 기술과 무기를 저 동네와 싸울 때 써먹었고, 저 동네와 싸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동네는 중국이고 저 동네는 유럽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씨족들에게 배신까지 당한 테무진은 유목민으로서는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했다. 씨족과 형제 보다는 동료와 전우를 우선시했다.‘누케르’라고 하는 이 동료들은 출신을 따지지 않는 테무진의 조직 관리에 끌려 가담한 전사들이었다. 칭키스칸의 근위대였던 이들은 나중에 유럽과 아시아를 뒤흔드는 명장들이 되었다. 몽골제국의 유럽침공은 칭키스칸이 아니라 그의 아들 오고타이의 업적이었다. 오고타이는 아버지가 점령한 제국인 호라즘 서쪽이 궁금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뒤 군대를 나누어 폴란드로 북상하고 헝가리로 남하했다. 이를 맞아 싸운 이가 슐레지엔 왕 하이리히 2세다. 백병전이 특기였던 유럽의 철갑 기사들은 바람처럼 달려와 안구에 화살을 박고 가는 몽골 기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인리히 2세는 전사하고 이 전투로 유럽의 ‘기사시대’가 막을 내렸다.

몽골은 기병 만큼이나 빠른 정보전달수단을 갖추었다. 몽골어로 ‘잠’이라고 부른 이 역참은 제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소식을 실어 날랐다. 카라코룸에서 부친 편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도착하는 데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참마다 준비된 수백마리의 말이 50㎞씩 스무번을 교대해서 하루 1000㎞를 달렸다. 이 거미줄은 통신로이고 무역로였다. 베네치아 상인은 중국에서 종이를 사다가 이슬람도시에 팔았다. 서아시아의 천문학과 수학이 동아시아로, 인쇄술과 화약, 나침판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흘러갔다. 몽골제국의 야만성과 잔인성은 고대와 중세의 역사에서 보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당시 세계는 잔인할 기회를 가져본 민족과 남에게 그런 기회를 준 민족이 있었을 뿐이다. 혼이 난 프랑스 국왕 루이 9세는 수도사인 루브룩을 몽골에 파견했다. 정보를 수집하고 몽골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 임무였다. 루이 9세는 몰랐다. 4대 칸인 뭉케의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는 것과 칭기즈칸이 나라를 세울 때 종교의 자유까지 이미 선포했다는 사실을.

칭기즈칸은 까막눈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록은 눈이 아니라 마음에 와 부딪친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는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00만도 되지 않았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내가 되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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