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속 그림이야기
지폐속 그림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현숙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돈이 아닐까 싶다. 생활 속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돈이지만 돈을 자세히 살펴 볼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돈을 자세히 보면 재미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지갑 속 지폐에 실린 그림은 귀한 국보급 그림들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국보급 그림을 늘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지폐 속 그림에 대해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림은 위폐를 방지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겠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물건이기도 하다. 각 나라의 지폐에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돈을 보면 이 나라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이 발달했는지 알수있게 된다. 화폐는 경제적 가치의 교환을 위해 상용되는 지불수단이면서 한 나라, 한 시대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대표적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 나라의 상징적 소재를 채택해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다. 때문에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나라의 정체성이 달라지면 화폐 역시 변화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화폐의 역할을 생활 수단의 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예술로서의 가치를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우리나라 만원권 지폐도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화, 그 뒤로 순 한글로 창작된 최초의 작품인 용비어천가, 조선시대 임금의 상징물이면서 독창적인 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가 담겨있다.

일월오봉도는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왕실화이다. 왕권의 상징 뿐 아니라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 그 앞으로 물이 흐르는 그림으로 옥좌 뒤에 펼쳐진 병풍 그림으로 ‘해를 품은 달’,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선시대 왕의 뒤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일월오봉도는 왕의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이다. 이 그림을 그려놓은 병풍이 ‘일월오봉병’ 인데 왕이 행차할 때도, 죽은 뒤 혼백을 모시는 곳에도 심지어 왕의 초상 뒤에도 늘 일월오봉병이 있었다.

왕을 삼재를 꿰뚫는 안목을 갖춘 사람이라 여겨 일월오봉도 앞에 왕이 앉음으로써 곧 그가 우주의 조화를 완성하는 진정한 왕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이다. 왕이 있어야 비로소 일월오봉도가 완전한 의미를 지닌 그림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만원권 지폐에 세종대왕이 그려지면서 일월오봉도도 함께 담긴 것이다.

강현숙(진주미술협회 문화정책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