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
[경일칼럼]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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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환 (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

‘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이유는 땅 속에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우기 때문이란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지만 때가되면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오게 되고, 벌써 4월에 접어들면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는 봄을 기다리듯 느긋해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매사를 너무 성급히 서두르거나 어떤 결정을 하는 것도 그 때 그 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단편적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률을 만드는 것에서도 근시안적 시각으로 서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럽여행 시 자주 듣는 얘기지만 그곳에서는 성당을 하나 짓는데도 20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어떤 일을 행할 때에는 그 결과가 어떨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타타르의 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길 모퉁이에서 쭈그려 앉아 있던 거지가 큰 소리로 “저에게 100디나르만 주신다면 좋은 충고를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임금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100디나르를 주고 귀를 기울였다. 거지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잘 생각하라”며 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신하들 모두가 혀를 차고 웃었지만 그 왕은 “웃을 일이 아니다. 좋은 충고다. 일을 저지르기 전에 잘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그것을 잊고 산다. 그 결과 재난을 맞게 되기도 한다. 두고두고 이 충고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왕은 이 충고를 좌우명으로 삼고 금으로 그 글귀를 벽에 걸고 은식기에도 새기도록 했다. 그런지 얼마 후 왕을 암살하려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성사가 되면 재상자리를 준다고 꾀어 주치의를 매수하고 주치의로 하여금 독을 바른 칼로 왕의 팔을 찌르도록 지시했다. 주치의는 왕의 혈액채취를 위해 피를 담는 은접시를 들어 올리다가 그 바닥에 적힌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잘 생각하라’ 글귀를 보게 됐다. 주치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임금을 죽이고 그 남자가 왕이 되면 완전 범죄를 위해 제일 먼저 나를 죽일 것이고 그러면 내게 재상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생각한 주치의가 떨고 있는 것을 본 왕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주치의는 사실대로 고백해 음모를 꾸민 남자는 체포됐다. 왕은 거지로부터 충고를 받았을 때 비웃었던 신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래도 그 거지의 충고를 비웃겠는가?”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고, 유명한 정치가인 처칠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인간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현명해진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세한도에서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적인 생각을 외면한 채 그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너무 성급하게 무슨 결정이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용환 (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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