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이유는 땅 속에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우기 때문이란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지만 때가되면 어느새 봄은 우리 곁에 오게 되고, 벌써 4월에 접어들면서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는 봄을 기다리듯 느긋해 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매사를 너무 성급히 서두르거나 어떤 결정을 하는 것도 그 때 그 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단편적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률을 만드는 것에서도 근시안적 시각으로 서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럽여행 시 자주 듣는 얘기지만 그곳에서는 성당을 하나 짓는데도 20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어떤 일을 행할 때에는 그 결과가 어떨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타타르의 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길 모퉁이에서 쭈그려 앉아 있던 거지가 큰 소리로 “저에게 100디나르만 주신다면 좋은 충고를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임금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100디나르를 주고 귀를 기울였다. 거지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잘 생각하라”며 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신하들 모두가 혀를 차고 웃었지만 그 왕은 “웃을 일이 아니다. 좋은 충고다. 일을 저지르기 전에 잘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그것을 잊고 산다. 그 결과 재난을 맞게 되기도 한다. 두고두고 이 충고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고, 유명한 정치가인 처칠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인간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현명해진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세한도에서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적인 생각을 외면한 채 그 결과가 어떨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너무 성급하게 무슨 결정이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용환 (사천경찰서장·법학박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