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관광지 진해’를 사는 주민들의 삶
[대학생칼럼] ‘관광지 진해’를 사는 주민들의 삶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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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흩날리는 4월, 진해에 사는 우리는 상처받는다.

나는 일요일이면 목욕탕을 간다. 그날도 세면도구를 들고 집을 나섰다. “플리즈” 평소에는 거의 보기 힘든 외국인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진해 군항제 관광 책자’에 손을 가리키며 경화역 가는 길을 물었다. 나는 서툰 영어와 손짓으로 위치를 알려줬다. 그리고 북적거리는 거리를 지나서야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목욕탕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2년 전, 진해로 이사 오며 나는 ‘관광지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통영 동피랑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불만들을 이제는 이해하게 된 것이다. 군항제 행사가 시작되고 끝나는 10일의 기간. 진해에 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기간이다.

통학생인 나에게 가장 불편했던 점은 교통이다. 다행히 작년보다 확실히 괜찮아졌다. 창원시에서 작년부터 시행한 셔틀버스 운행이 올해에는 효과를 보이는 듯하다. 도로가 주차장이 되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시내 차량 정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차량은 줄었지만, 차량 통제는 쉽지 않았다. 경찰 인력을 동원해 주요 관광지 주변 차량을 통제했지만, 한두 차량이 관광지 한복판을 속도를 내며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관광지에는 벚꽃이 아닌 쓰레기가 흩날렸다. 야시장이 열린 로터리는 쓰레기통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여좌천은 쓰레기통 찾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았다. 특히 하천 아랫길은 돌 틈마다 일회용 컵이 놓여 있었다. 또한, 전날 밤 야시장에서 밝은 밤을 보낸 관광객들의 토사물이 빈번하게 보였다. 관광객들로 인해 진해구민의 터전이 더럽혀지고 있다. 치우는 건 결국 상인과 주민들이다.

한 뭉텅이 불평을 쏟아냈지만 진해의 4월이 싫지만은 않다. 국제적인 축제의 중심에 산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칙칙했던 군부대 앞은 온통 분홍색으로 뒤덮이고, 조용했던 마을은 생기가 돈다. 숨겨진 맛집이었던 음식점은 이날 만큼은 대한민국 대표 맛집이 되어 앉을 자리가 없다.

진해는 그 어떤 곳보다 찬란하게 벚꽃이 피고 떨어진다. 진해 주민이라면 당연히 진해 군항제를 뽐내고 싶다. 다만 상처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관광객은 언제나 환영이다.

 
성유진(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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