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그걸 못참나?
[여성칼럼]그걸 못참나?
  • 경남일보
  • 승인 2018.04.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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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생리혈이 묻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누군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걸 못 참나?” 그 댓글 보는 순간 ‘이게 뭐지? 진심으로 묻는 건가?’ 이게 생리를 바라보는 세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을 수 있다면 생리대도 필요 없고 참 좋으련만 생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2018년 1월 피의 연대기라는 생리 관련 영화는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 했지만, 세간의 지속적인 이목을 끌며 회자가 되었다. 또한, 3월에는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를 국가에서 보장하고 여성의 생애 주기에 맞는 건강관리체계를 수립할 것을 요구하며 ‘여성건강기본법(일명 생리법)’제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김훈의 소설 ‘언니의 폐경’에서 묘사된 얼토당토않은 생리에 관한 대목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저소득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4선 의원이 생리대라는 말은 듣기 거북하니 위생대 라고 하자는 발언으로 분노를 샀던 것을 생각하면 장구한 발전이긴 하다. 임신과 출산은 당연하지만, 생리는 쉬쉬해야하는 것으로 여긴다. 생리는 불결한 것, 부끄러운 것, 숨겨야 하는 것, 철저하게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때문에 여성혐오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보통 13세에서 53세 정도까지 “40년 동안 생리를 하고 평균 1만~1만 6000개가 여성 한 명이 평생 사용하는 생리대 개수다.

여성들은 제각각 생리에 관한 역사가 있다. 처음 팬티에 묻은 혈을 보고 ‘내가 어디 아픈가’ 했다. 생리하는 걸 아신 부모님이 “이제 여자가 되었구나”라며 꽃을 건넨다. 자동차를 얻어타고 가다 내리려고 보니 천 시트에 묻은 혈이 묻었다. 생리 전부터 배가 아프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친구에게 화를 냈더니 다짜고짜 ‘너 생리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이처럼 생리에 관한 수많은 상황이 있다. 축하와 부정, 양면의 시선과 감정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생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일상적인 생리현상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그 누구도 그 어떠한 상황에도 차별받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공감해 주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생리하는 사람은 군대 간 사람보다 많으며 틀니를 한 사람보다 많다. 세상의 절반 이상이 생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생리를 말할 수도 티 낼 수도 없다면 어불성설이다. 필요하면 법적지원도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우리 사회다. 생리대가 없어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당연히 지원하고 생리대 가격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면 가격인하도 요구하자. 대다수의 여성이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가 끊임없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생리컵 생리팬티 면생리대 등 대안 생리대도 화두 되고 있으니 생리용품전담공사를 만들어 안전한 생리용품을 유통되도록 정책제안 할 수 있지 않은가? 여성의 생리도 완경기도 갱년기도 사회에 구성원으로 겪는 하나의 일상으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연대의식을 보여주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것이 반영되어 생리가 정말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현상으로 존중받기를 희망한다.
 

박혜정 (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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