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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영어교육과 ‘돌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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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8  18: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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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중 일을 함으로써 방과 후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전국 각 초등학교는 오후 혹은 저녁까지 운영하는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현재 20여만 명 이상의 아동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교육부는 앞으로 약 5년 동안 신설학교는 이를 의무화하고, 전 학년을 대상으로 최고 두 배까지 그 이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고 공교육 효율을 배가시킨다는 취지란다. 전향적 교육정책 일환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암초가 생겼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의 영어교육 수업이 금지됨으로써, ‘돌봄교실’의 인기가 폭삭 내려앉았다. 영어를 가르치기 못하기 때문이다. 선행학습금지법으로 일컬어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적용에 따름이다. 방과 후 사설학원 등에서 영어수업을 듣기 위해 공교육의 ‘돌봄교실’이 외면된다는 얘기다. 학교를 마치면 곧 영어학원에 몰리고, 그럼으로써 ‘돌봄교실’의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이다. 간단히 정리될 문제는 아니다. 학부모의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인식과 그 비중에 대한 진솔한 속내를 스스로 정리해 볼 시점이다.

영어가 삶속에 반드시 짊어지고 가야 할 가치인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병리의 일종인 사교육 문제까지 얹어서 말이다. 실마리는 유년기의 영어교육에 대한 효율성을 두고 풀려야 한다. 자녀의 교육환경과 향후 영어활용의 필요성을 중심에 두고 학부모의 가치선택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 일생을 통해 영어가 필요충분적 절대요목이라면 더 큰 열정과 더 많은 투자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근원적 문제를 훑어보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년기 혹은 아동기를 두고 모국어(母國語)가 아닌, 영어로 대별되는 외국어교육에 대한 연구결과가 지천에 늘려있다. 조기 외국어교육의 장점과 단점도출이 비슷한 수준으로 공존한다. 인지발달의 속도감에 따라 그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이론도 있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영어의 조기교육이 인지능력을 포함한 학습력 향상에 긍정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반면, 그럼으로써 예지력(藝智力) 등 다른 능력을 퇴감시키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보고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논문도, 반면 양과 질에서 그렇지 않다는 조사결과도 긍정적 결론에 견줄만한 정도로 많다.

언어 인지역량을 연구한 네덜란드 한 석학의 최근 리서치가 유독 눈에 띈다. 외국어 교육의 최대 효험시기는 유년기나 아동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중등학교 학령대인 사춘기에 절정을 이룬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영어의 조기교육 찬반을 뒷받침하는 각각의 절대적 우세이론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사람마다의 고유한 성격과 맞춰진 적성, 사회적 학습이나 정서의 발달정도가 큰 변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 할 만 하다.

고려사안이 명료해진다. 자녀의 삶에 외국어, 영어활용이 절실하면 하는 것이고, 그 반대면 그럴 필요가 없다. 외국어를 읽고 쓰는 것이 일상이거나, 생업에 절박한 요소가 될 것 같으면 소홀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그 빈도가 높지 않으면 굳이 무리를 감수하고 영어에 매달릴 이유가 있겠는가. 단순한 교과목의 하나로 보면 될 일이다. 보편교육 과정이 된 중등학교에서의 한 과목으로 매일, 일주일에 5시간 이상의 영어수업만으로 생활영어로는 준비가 넘친다. 영어의 선행학습으로 학부모든, 아동이든 잠시간의 우쭐함을 상상한다면 넨센스다. 영어권생활에 대한 사대(事大)적 사조가 원인(遠因)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어수업이 없어도, 없어서 더 활력있고 가치있는 ‘돌봄교실’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실용적이고 더 충실한 프로그램 개발에 교육부의 더 많은 역량 투입을 고대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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