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기초와 기본이 단단한 교육
[교육칼럼] 기초와 기본이 단단한 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8.04.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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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베트남의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우리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반듯한 학습 태도가 어떤 힘으로 느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공책 정리였다. 칠판에 쓴 선생님의 글씨가 모든 아이들의 공책에 거의 같은 필체로 쓰여 있었다. 교단에 서 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은 이러한 수업 광경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안다.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교육만이 만들어내는 교육의 힘인 것이다. 필자는 베트남의 학교를 둘러보면서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았고, 1년에 공책 한 권을 다 쓰지 않으면서도 공부에 시달리다가 정작 대학에서는 학문에 정진하지 않는다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오버랩 되어서 마음이 착잡하였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은 최첨단 수준에 이르렀고, 교육선진국의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접목하여 교육을 혁신하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기초와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지적을 한다. 학습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학습 태도와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그 발달 단계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기초와 기본 지식을 길러주어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갖추는 데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지적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기초와 기본교육은 전체주의적인 교육 시대의 유물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교육은 교육사상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태도가 다음 학습의 기초가 되고 기본이 되어 창의력을 신장하고 높은 학업성취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일생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에 관한 것이다.

기초와 기본교육의 부실은 학부모와 학교의 책임이 크다. 많은 부모들은 유치원에 가기도 전에 글을 가르치고, 제 나라말도 못하는데 영어 학원을 기웃거린다. 초등학교부터 선행 학습 중심의 학원 과외를 받게 하니 학교 수업은 산만해지고 만다. 이럴수록 학교는 기초와 기본 학습목표를 도달시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쉽게 지쳐버리거나 은근히 학원 과외에 기대는 일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와 명문 대학 합격자 수를 학교의 자랑으로 삼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대학 입시 제도가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그 어떠한 교육이론과 방법도 대학입시라는 블랙홀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초와 기본교육은 강조되어야 한다. 필자가 경남교육청 교육국장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해외 취업 인턴십 협약을 위하여 호주의 어느 대학교 실습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벽돌을 쌓고, 전기 배선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눈에는 ‘저런 것도 대학에서 가르치나?’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매뉴얼대로 작업 순서를 익히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도 회사는 재교육한다고 하지 않는가?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교육은 교실에서의 공부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태도와 방법이기도 하고 문제해결력의 바탕을 다지는 교육이다. 기초와 기본이 단단한 교육은 한물간 교육사조가 아니라 교육 그 자체이다.
 
임성택(前 창원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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