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코
사코
  • 경남일보
  • 승인 2018.04.2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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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여 거리에 있는 겨우내 눈덮인 산야와 조그마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설국은 일본이 자랑하는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작품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미학적 표현과 작품속에 잔잔히 깔려있는 허무주의적 사상의 편린들이 독자들을 매료시켜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결국 야스나리는 가스통을 입에 문 채 자살했다. 아무도 그의 죽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해 아마도 일찍 부모를 여윈 환경과 전후에 만연했던 허무사상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으리라는 추측이다.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은 경계가 없어 슬픔이 아름다워 보이고 죽음이 삶의 연장으로 보이는 미학이 성립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자살은 지금도 죄악시되는 행위이다. 그런데도 고통 없는 죽음에 대한 인류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호주의 안락사 운동가 필립 니츠케는 ‘사코’라는 자살캡슐을 만들어 암스테르담의 장례엑스포에 출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석관으로 된 이 캡슐에 누우면 질소가스가 주입돼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안락사가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만 찬반의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코’도 관심 밖일 수 있다. 죽음은 허무주의나 미학적 가치로도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화될 수 없다는 존엄적 가치이거나 신의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안락사도 권리일 수 있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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