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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속에서 숨쉬는 母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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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30  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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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우리나라 5000원 권 지폐 앞면엔 율곡 이이의 초상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한국주택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꼽히는 오죽헌의 ‘몽룡실’이 담겨 있다. 이 건물이 몽룡실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던 날, 검은 용이 이곳 침실로 서리는 꿈을 꾸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에 있는 오죽헌 몽룡실은 보물 165호로 지정돼 있다. 오죽헌은 검정대나무가 집 주변에 심어져 있어서 붙여졌다.

5000원 권 지폐 뒷면엔 율곡 이이의 어머니,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 신사임당의 작품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초충도’가 담겼다.

초충도는 자연을 사랑했던 신사임당이 집 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경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그림으로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 11호로 지정돼 있다. 이름 그대로 뜰에 사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수박과 들쥐, 가지와 방아깨비, 오이와 개구리, 양귀비 등을 그린 병풍그림이다. 그 중, 두 폭에 속한 그림의 부분인 맨드라미, 나비, 수박과 여치가 재구성돼 지폐에 새겨졌다. 초충도병의 그림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장수와 젊음을 뜻하는 패랭이꽃은 장수의 의미로,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로 번데기를 거쳐 탄생하는 나비처럼 새롭게 거듭나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나비를,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다산의 의미로 씨가 많은 수박을, 부지런히 일해서 부자가 되라는 뜻으로 쥐를,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과 염원을 잘 담아낸 그림이다.

오늘날까지도 신사임당이 회자되고 초충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나치기 쉬운 벌레 한 마리조차도 소홀히 지나치는 법이 없는 신사임당, 그런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살아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림을 통해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뜰에 소담하게 핀 꽃과 말없이 자라난 풀들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는지 깨닫게 된다. 세상엔 쓸모없는 생명은 없다는 생명에 대한 찬미를 녹여내고 작은 곤충에도 의미를 곁들인 철학 있는 그림, 그것이 우리 옛 그림이 지닌 매력일 것이다.

초충도를 감상하는 것은 생명의 이야기와 신사임당의 모성애를 읽어내는 일이다. 흙을 만지고 밟는 일이 힘들어진 것처럼 풀과 꽃, 열매, 곤충들의 이름을 알고 부르는 일 조차 쉽지 않아진 요즘, 5000원 권 지폐 속에 담긴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감상하면서 자연의 향취와 자연이 전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만나본다.


강현숙(진주미술협회 문화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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