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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불의 향연, 함안낙화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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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20: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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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붉은 빛은 꽃이 피어 봄이 머무는 듯하고 밝음은 별무더기 같아 밤은 돌아오지 않네. 혹 바람이 불어 흐르는 불빛을 성글게 하더라도 달이야 무슨 상관있어 한 점 구름을 싫어하리오. 오횡묵 함안군수가 1890년 함안낙화놀이를 보고 지은 시의 일부분인데 낙화놀이가 얼마나 아름다운 정취를 갖는지 잘 표현하고 있다.

함안낙화놀이는 매년 사월 초파일 무진정에서 개최된다. 초봄에 물이 오르는 참나무를 베고 일주일 동안 불을 지펴 숯을 만든 다음 고운 숯가루를 한지에 싸서 낙화타래를 만든다. 2000개가 넘는 낙화타래를 연못에 매달고 심지에 불을 붙이면 숯가루 불꽃이 연못을 가득 채우며 떨어진다. 그 광경도 장관이지만 물속에 비쳐서 올라오는 불꽃이야말로 묘미 중의 묘미다.

2시간 이상 진행되는 낙화는 잔잔하게 떨어지다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지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무수한 불꽃이 반딧불이보다 더 영롱한 빛을 내면서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연출한다.

오늘날의 불꽃놀이는 굉음과 웅장함으로 관객을 압도하지만 낙화놀이가 갖는 고고함과 은은한 여운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선조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니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봐야 할 것이 함안낙화놀이다.

무진정을 둘러싼 고목도 운치를 더한다. 정자를 지을 당시 심은 나무라고 전해지는데 아름드리 고목이 둘러싼 연못은 평소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정자의 주인인 조삼은 중종으로부터 총애를 받았으나 사화를 피해 고향에 은거했다. 아버지가 한때 진주에 살았는데 조삼 등 일곱 형제가 세 명은 문과, 두 명은 무과, 두 명은 생진과에 합격해 칠형제의 들판이라 한 것이 칠암동의 기원이다.

함안의 후학인 주세붕이 1542년 무진정의 기문을 지었는데 많은 그의 글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만큼 끝까지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무진은 ‘다함이 없다’는 뜻인데 기문에서 ‘천명을 알았기에 용퇴할 수 있었고 능히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정자의 경치도 무진하고 즐거움도 무진한바 정자의 이름도 선생의 이름과 더불어 무진할 것’이 라고 한 470여 년 전의 예견이 놀랍다. 올해 함안낙화놀이는 5월 22일 개최되는데 봄 여행 주간을 맞아 지난 13일까지 한국관광공사의 국내여행정보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화려한 꽃불 흩날리는 이색축제’로 소개되기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조정래(함안군 환경위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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