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경일춘추
‘지리산 청학동’은 어디인가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16  23:30:4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신용석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여기는 곳을 서양에서는 유토피아, 중국에서는 무릉도원, 우리나라에서는 청학동이라 불렀다. 매우 비좁은 길을 어렵게 가다보면 기름진 땅이 탁 트이는 선경이 나오는데, 흉년과 전쟁이 없는 이곳에 푸른 학이 노닐어 청학동이라 했다고 한다.

이런 이상향을 바래서 전국적으로 ‘청학’을 붙인 지명이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청학동’ 지명을 가졌던 곳은 하동군으로 모두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도인촌으로 유명한 청학동은 본래 ‘학동’이었던 지명을 개명한 곳이다. 청학동을 찾아 ‘하동 지리산’을 답사했던 선인들의 기록에 의하면 의신-칠불사 갈림길, 불일암-불일폭포, 악양면 매계리, 덕평, 세석평전 등의 많은 후보지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 바로 불일암-불일폭포 일원이다.

현재는 쌍계사 뒤편으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한 시간 남짓 쉽게 올라, 불일암 밑 절벽에 붙인 데크계단을 내려서면 높이 60m의 장쾌한 불일폭포다. 예전에는 비좁은 협곡과 수풀을 헤치고 낭떠러지를 돌아서 절벽을 타고 간신히 불일암에 올라 아련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했을 것이다. 주변은 소나무가 빼곡했을 뾰족뾰족한 암봉 사이로 구름과 안개가 하얗게 서렸을 것이고, 폭포가 만든 짙푸른 연못 위로 청학 몇 마리가 고고하게 노닐었을 것이다. 인근에 기름지고 평편한 땅, 불일평전이 있었으니 여기를 청학동이라 칭할 만하다.

이곳을 청학동이라고 지칭한 데에는 여기에서 청학과 놀며 책을 읽다가 신선이 되었다고 하는 신라 말기의 대학자 최치원의 설화와 관련이 많다. 지금도 탐방로 중간에 최치원이 학을 불렀다는 환학대(喚鶴臺)라는 바위와 석각(石刻)이 있다. 특히 불일암 앞마당의 돌출된 바위에 ‘불일폭포를 즐기며 감상한다’는 의미의 완폭대(翫瀑臺)라는 석각이 있었는데, 이 글을 최치원이 쓴 것이라고 여러 문헌에 나와 있다.

약 1200년 전에 쓴 이 석각의 실물을 최근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의 현장조사에서 발견하였으니, 그간 문헌과 설화로만 전해온 최치원의 행적과 청학동 이야기를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인정할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불일평전-불일암-불일폭포 구간의 옛 자연경관을 최대한 복원하고 낙석으로 묻힌 학연(鶴淵)의 원형을 되살리는 등 청학동의 옛모습을 재현해 스토리텔링하는 ‘인문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다.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