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여선 '오늘 뭐먹지?' 출간
소설가 권여선 '오늘 뭐먹지?' 출간
  • 연합뉴스
  • 승인 2018.05.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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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산문을 가장한 '안주' 산문집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주(酒)류문학의 대가’라는 애칭을 얻은 작가 권여선(53)이 첫 산문집으로 음식, 특히 안주에 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책을 내놨다.

‘오늘 뭐 먹지?’(한겨레출판)는 작가가 봄, 여름, 가을, 겨울, 환절기까지 다섯 부분으로 나눠 각 계절마다 어울리는 안주 총 20가지에 관한 식도락을 쓴 책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제목인 ‘오늘 뭐 먹지?’는 ‘오늘 안주 뭐 먹지?’에서 안주란 말을 생략한 것이다.

“고작 두 글자 첨가했을 뿐인데 문장에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고 훅 치고 들어오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지인들은 벌써 내가 소설에서 못 푼 한을 산문에서 주야장천 풀어내겠구나 걱정들이 태산이지만 마음껏 걱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을 걱정하든 그 이상을 쓰는 게 내 목표다. 아, 다음 안주는 뭐 쓰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책머리에 ‘들어가는 말- 술꾼들의 모국어’라는 제목으로 쓴 이 글만 봐도 이 책을 쓰는 작가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안주를 탐닉하는 그의 먹성이 타고난 것은 아니다. 그는 선천적으로 약골이었고 편식도 심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육류라고는 고슬고슬 구운 소불고기와 전기구기 통닭의 퍽퍽한 가슴살, 두 가지밖에 먹지 않았다는 것. 대학에 들어가서도 주점에서 돼지비계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보고 기겁을 하고, 깍두기만 먹으며 독한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입맛의 한계를 무한히 확장시켰음에도 그는 안주를 즐기는 삶에서 아직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혼자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먹는 나이 든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다종 다기한 시선들이다. 내가 혼자 와인 바에서 샐러드에 와인을 마신다면 받지 않아도 좋을 그 시선들은 주로 순댓국집 단골인 늙은 남자들의 것이다. 때로는 호기심에서, 때로는 괘씸함에서 그들은 나를 흘끔거린다. 자기들은 해도 되지만 여자들이 하면 뭔가 수상쩍다는 그 불평등의 시선은 어쩌면 ‘여자들이 이 맛과 이 재미를 알면 큰일인데’ 하는 귀여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메롱이라도 한 기분이다.” (26쪽)

연합뉴스



 
권여선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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