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삼천포여자중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그 주인공. 백구 믹스견이 삼천포여중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건 석 달 전의 일이다.
백구는 한눈에 봐도 상태가 심각했다. 누군가에게 심한 학대를 당한 듯 눈이 함몰되고 다리도 절었다. 더욱이 백구는 새끼까지 밴 상태였다.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은 학교 지킴이로 근무하는 김윤종씨였다. 김씨는 “처음에는 개가 혹시 아이들에게 위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자세히 보니 학대를 많이 당해 눈과 다리의 상태가 심각했었다”고 회상했다.
백구의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한 정호영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학생들은 먹을 것을 챙겨주며 보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백구는 학대의 후유증인지 경계가 무척 심했다. 도와주려고 다가가면 겁을 먹고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았다.
지킴이 김씨와 학생들은 그런 백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며 차츰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러다 일주일 전 무렵 백구의 배가 홀쭉해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먹을 것을 주면 입에 문 채 인근 공사장 부근으로 들어갔다. 학교 측은 백구가 공사장 부근에 새끼를 낳았을 것으로 짐작했다. 백구는 물론 새끼의 안전까지 위험해 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 8일 백구와 가장 친한 김씨를 비롯해 학교 교직원들이 구조에 나섰다. 예상대로 강아지 3마리가 있었다.
다행히 백구도 순순히 따라왔다. 백구와 강아지가 안전하게 구조되자 학생들이 제일 기뻐했다. 학교측은 정문의 지킴이실 부근에 작은 쉼터를 마련했다.
이진서(2년) 학생은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많이 다쳐 보여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면서 “앞으로 간식도 자주 사주고 잘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조도빈(2년) 학생은 “백구가 다친 채로, 열악한 곳에서 강아지까지 낳아서 너무 불쌍했다. 이제는 우리 학교에서 잘 생활하게 돼 너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백구는 지킴이실의 암컷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순이’로 지었다. 현재 지순이의 한쪽 눈은 수술이 필요할 상태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학교차원에서 지순이를 돌볼 계획”이라며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