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라면 잘린다
웃자라면 잘린다
  • 경남일보
  • 승인 2018.06.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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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내 일상에서 나무를 심고 키우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나무는 관상용이든 과수용이든 눈으로 감상하는 것도 좋고 꽃과 열매를 매달아 주어서 더욱 더 좋다. 어디 그 뿐인가. 여름엔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쾌적한 산소도 공급해준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도 수목원을 만들어 치유의 숲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곁들여 숲 해설가라는 직업도 생겨나고 아이들의 학습 체험장으로도 이용된다. 그만큼 나무가 인류에게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한 나무가 나무들끼리 서로 경쟁하며 큰다고 하면 무슨 뜬금없는 말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그러나 나무를 길러 본 사람들은 잘 안다. 나무는 같은 수종이든 다른 수종이든 오밀조밀 밀식으로 어우러져 있으면 서로 햇빛바라기를 위해 경쟁하듯 키를 키운다.

그것은 숲속에 들어가 보면 바로 검증이 가능해진다. 나무가 촘촘하게 서있는 곳의 웃자란 나무들은 한결 같이 줄기가 가늘고 키는 장대 같다. 그러나 양지 바른 곳의 나무 밀식도가 낮은 곳엔 벌써 둥지부터 아름드리 나무로 우뚝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햇빛을 듬뿍 받아 튼실한 나무가 된 것이다.

필시 사람도 나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쟁자가 많은 조직에선 서로 먼저 크려고 나름의 능력도 발휘하지만 때론 권모술수로도 상대에게 이기려하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의 심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든 사람이든 이렇게 경쟁에만 몰두하면 웃자람을 피할 수 없다. 인지되듯 웃자란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려 넘어지기 십상이고 가지는 쉽게 부러지게 마련이다. 그만큼 뿌리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턱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목(지위)엔 잔뜩 힘은 들어가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재벌가의 갑질 행태도 그 사람의 웃자람은 아닌 지 눈여겨 볼 일이다. 뿌리가 부실함에도 햇빛만을 좇아 가늘게 키를 키워 목만 높아진 사람들! 이런 웃자란 나무가 중심에 서있으면 주변은 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다, 비록 더디게 크더라도 아름드리 거목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건 햇빛바라기가 아니라 스스로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나무든 사람이든 위만 쳐다보면 오직 하나 하늘만 보이지만 멀리 떨어져 천천히 바라보면 나를 살찌울 자양분이 곧장 땅에 있음을 알게 된다. 밝은 사회를 위해 되새겨 보았음 좋겠다.


김영곤(시인,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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