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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리산국립공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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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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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수십만의 주민들이 기대어 살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즐겨 찾으며, 수천만의 국민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지리산. 왜 지리산인가?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생태계와 경관’이라는 국립공원 정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마지막 남은 대자연, 백두대간의 뿌리, 민족기상의 발원지’ 라는 생태적·인문적 수사(修辭)로도 뭔가 모자라다.

이에 더해 ‘민족의 아픔과 애환이 서린 산, 그런 것을 다 녹여낸 포용의 산, 누구든 받아주는 어머니산’과 같은 역사적·정서적 가치를 추가하면 뭔가 더 지리산의 존재성을 잘 표현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많은 의미들을 모아서 정한 지리산국립공원의 미래상은 ‘대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생명의 산, 국민의 산‘이다.

왜 지리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를 들라면 바로 ‘전(前)과 다른 나를 찾아서’ 일 것이다. 신라의 화랑들이 노고단과 영랑대에서 수련을 하고, 옛 선비들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천왕봉에 오르고, 지금도 어떤 전환을 위해 종주길에 드는 사람들이 많다. 지리산에 들면 누구나 지혜(智)가 달라지고(異),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지리산에서 새긴 정신을 행동으로 옮긴 대표적 인물은 남명 조식 선생이다. 그는 말년인 61세에 천왕봉 아래 덕산마을에 들어와 산천재(山天齋)라는 공부방을 짓고 12년 동안 학문을 펼치다 여기에 묻혔다. 그는 벼슬을 하라는 임금의 청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임금노릇을 똑바로 하라는 서슬 퍼런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대쪽 같은 선비였다. ‘하늘이 울어도(鳴)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는 그의 시에서 지리산을 닮으려는 높은 기개를 알 수 있다.

그의 사후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그의 제자들이 일제히 의병을 일으켜 구국의 길에 나선 것은 올바른 생각(敬)과 곧은 행동(義)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었다.

남명 조식 선생이 매일 천왕봉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졌던 산천재 옆자리에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 기념정원’이 있다. 여기에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를 설명하는 해설판과 반달가슴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지리산 둘레길이 통과하는 이곳에 들러 남명정신을 생각하면서 지리산에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적요한 마을풍경 위로 천왕봉을 바라보고 덕천강의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리산에 젖어들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지리산 글’을 게재해준 경남일보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신용석(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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