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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6.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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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특정인을 거명하는 것이 난처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서로간의 암호같은 영문 ‘이니셜’이 등장했을 것 같다. 박정희정권 18년간 2인자로 인식된 김종필을 대놓고 언급하는 것 또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를 칭하는 ‘JP‘, 정치인이나 특정 지역을 영어철자의 머리글자로 사용한 효시였다. 이후 YS나 DJ도 그런 연유로, PK니 TK라는 지역 명칭도 직설적 언급에 대한 방어장치로 나온 것이다.

▶이립(而立), 30대에 군대를 기반으로 도탄지경인 정치체제를 일거에 바꾸고 집권당을 포함한 수차례의 당 대표, 9번의 국회의원, 두 차례에 걸쳐 6년이 넘는 국무총리를 지낸 JP가 운명 몇 분전까지 또렷한 의식을 유지한 채 인간수명을 다하고 타계했다.

▶논어와 맹자 등 중국고전에, 일본의 ‘사무라이’ 전사(戰史), 미국의 세계패권 스토리, 러시아의 시와 소설, 프랑스 샹송에 이태리 오페라를 한 언변에 엮는 가히 해학의 달인이었다. 문예와 문화재 등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조예, 수채화 중심의 미술활동, 화음악기의 연주력, 심지어 각계 인사가 들여주는 음담(淫談)의 이해력도 탁월하였다.

▶근대 한국사의 산증인이었다. 나름의 주관으로 비교적 가까이서 봐 온 그의 유연자적하고 인간적 풍모를 더 이상 살필 수 없음에 눈물이 흐른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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