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리를 헤매고 계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기고]거리를 헤매고 계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 경남일보
  • 승인 2018.06.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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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완

“좀 이상한 할머니가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온 몸에 흙먼지를 둘러쓰고 굶주림에 지친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몰랐다. 어렵사리 기억해낸 남편의 이름을 통해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가족에게 갈 수 있었다. 할머니가 사는 곳은 발견 장소와 상당히 떨어진 Y군(郡)이었다. 집을 나온 지 3일만이었고 실종신고를 접수한 관할 경찰은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었다고 한다.

며칠 사이에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다. 남편과 단 둘이 거주하는 70대 후반 할머니가 아침 일찍 “산에 간다.”며 집을 나갔다. 기다리던 가족들은 15시간이 지나도록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수색에 나선 실종전담팀에서는 CC-TV를 분석하여 할머니의 동선 추적에 나섰다. 할머니는 거주지 부근에서 택시를 타고 부산진해 경계지점까지 가서 다시 부산시 강서구로 이동한 것까지 확인되었다. 최종 CCTV에 포착된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수색을 벌였지만 발견치 못하다가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발견하여 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었다. 56시간 만이었다.

실종 치매노인 찾기가 범죄예방·검거 못지않게 중요한 경찰활동이 된지 오래다. 경찰에서는 지문사전등록을 하고, 건강보험공단과 협업해 배회감지기를 보급하는 등 치매노인 실종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경남경찰청에서는 실종전담 인력을 보강하여 실종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기전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기 발견을 위한 수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혀 예측불허인 치매노인의 이동 행태로 인해 많은 경력을 투입하고도 발견에 어려움을 겪는다.

치매노인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보면 가족이 환자의 상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여 사후에 심각성을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치매환자는 66만명이 넘었고, 노인 10중 1명이 치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치매로 인한 행방불명자가 1만6천명에 육박하여 2012년 이후 급증추세이며 사상최대치라 한다.

치매노인 실종은 이제 남의 애기가 아니다. 연로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일이고 미래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밤새 거리를 헤매다니는 것은 생명까지 위험하다. 경찰이 최선을 다한다 해도 시민이 신고해 주는 것만큼 빨리 이분 들을 발견할 수는 없다. 길을 잃은 치매의심 노인을 보았을 때는 112에 적극 신고해주길 바란다. 그분이 바로 누군가 애타게 찾고 있을 어머니 아버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완(진해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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