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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대학가에 불어닥친 지진과 그 이후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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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8  21: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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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강도 높은 지진이 닥쳤다. 지난정부 시절 ‘대학구조조정’, ‘대학구조개혁’, ‘대학통폐합’ 등의 정책이 대학의 변화를 견인해 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점잖아 보이는 이름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2018년의 평가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이것은 대학에 아주 강력한 지진이며, 그 진앙은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이다.

교육부는 6월 20일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년간 대학의 교육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을 총망라하여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평가결과 전국 4년제ㆍ전문대학 320여 곳을 두 부류로 나누어 207개교(64%)는 자율개선대학, 116개교(36%)는 2단계 진단대학으로 발표하였다. 자율개선대학은 정원을 감축하지 않고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2단계 진단대학들은 정밀진단 후에 정원을 감축하고 일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다시 나뉠 것이다. 신입생 입장이라면 어느 대학을 가야 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 둔다면 몇 년 이내에 정원을 채우지 못할 대학이 속출할 것이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인구통계에 의하면 3~4년 내에 경남 거점대학으로서 비교적 큰 규모인 경상대학교 크기의 대학 8개 이상이 정원을 한 명도 뽑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인구감소와 미래사회의 변화를 정밀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대학을 설립한 것도 큰 이유이다.

지금 대학에 불어닥친 지진이 갑작스러운 것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오랫동안 탄탄하게 여겨졌던 대학재정은 초긴축 상태에 접어들었다. 10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에다 학생수 감소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대학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없이 이어져 왔다.

국내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느라 국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사이에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감으로써 THE(타임스고등교육평가기관)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관의 대학평가에서 국내 대학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발표가 덮친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대외신인도에서 큰 타격을 받아 신입생 모집과 졸업생 취업 등에서 낭패를 당하게 됐다. 하위권에 속한 대학의 총장들과 보직교수들이 사표를 내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인해 근본부터 뒤흔들린 대학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기본역량진단 1단계를 통과한 대학이나 통과하지 못한 대학 모두에게 주어진 큰 숙제이다. 특히 지역대학이 더 큰 문제이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지역경제 위기와 지역균형발전 저해로 직결된다. 단적인 예로, 전북 남원과 충남 아산에 캠퍼스가 있던 S대 주변은 이 대학이 폐교하자 흉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주변 상점 40여 곳은 모두 문을 닫았고 번성하던 원룸들도 폐가로 방치되고 있다. 지역대학이 위치한 도시는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도시다. 정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대학이 없는 도시, 젊은이가 없는 도시는 인력도, 아이디어도, 창의력도 없는 도시가 될 처지에 놓였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불러올 가장 비극적인 장면은 대학이 위치한 중소도시의 몰락이 될 것이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지진을, 미래가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역민과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머리 맞대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진은 무서운 것이지만 그 뒷감당을 잘하지 못하면 더 두려운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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