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구상나무 집단 고사 심각
지리산 구상나무 집단 고사 심각
  • 최창민
  • 승인 2018.07.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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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거나 죽어가는 지리산 반야봉 구상나무

 

지리산 주능선, 노루목 가는 길에서 본 반야봉은 아름다웠다. 이 계절 지리산 성삼재∼노루목∼반야봉 구간은 천상의 길로 통한다. 6km에 이르는 등산로에는 진초록과 그늘, 곳곳에는 꽃이 피었고 그 꽃은 향기를 흘려 보내 그야말로 꿈의 길처럼 느껴진다.

지난 주말 지리산 제 2봉 반야봉(1732m)을 찾았다. 노루목에 당도해 바라본 반야봉의 겉모습도 초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오름길에 들어서자 생경한 광경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특산종 구상나무가 죽은 채 군데군데 서 있었다.

이런 현상은 해발 1600m지점에서부터 고도를 높이면서 심해졌다. 한두그루에 불과하던 것이 올라갈수록 수십그루, 수백그루로 바뀌었다.

한창 푸르러야 할 구상나무가 죽은 채 등산로 곳곳에 흉물처럼 서 있거나 쓰러져 있었다. 반야봉으로 올라가기 직전 안부구간이 특히 심했는데 얼핏 구상나무 절반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

고사한 지 오래됐는지 껍질이 벗겨져 동물의 뼈처럼 회색빛을 띠었다. 일부는 쓰러진채 뒤엉켜 있었다. 부러진 나무는 강풍영향인듯 했다. 특히 죽은 나무 중에는 아름드리 나무와 수령이 오래된 것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광경은 마치 화재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 일대 구상나무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집단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록 침엽수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유럽에서는 한국 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쓴다. 일제 때 미국 식물학자 윌슨에 의해 무단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1㎢)에 있는 구상나무 1만5000여 그루 중 45%인 6만700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립공원측은 이 일대에서 구상나무가 집단 고사한 것을 확인하고 규모와 이유를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이다. 연구진은 고사 이유로 2월 기온 상승과 3월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져 구상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반야봉 일대 2월 평균 기온은 2012년 영하 9.1도에서 2017년 영하 5.3도로 연평균 0.76도씩 상승했다. 2월 기온 상승이 겨울철 전반에 걸친 적설량 감소 원인이 됐으며, 봄철에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공급되는 수분량이 부족해 구상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3월 강우량은 2012년 137.5㎜에서 2017년 22.5㎜로 연평균 23㎜ 감소했다.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이른 봄 수분부족이 생육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연구진은 고사한 구상나무 중 94그루를 분석한 결과 60년전부터 50여 년에 걸친 생육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인 것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89.4%인 84그루는 2000년 이후, 11.7%인 11그루는 2012년 이후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구상나무를 복원하기위해 건강한 유전자원을 증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오는 길, 돌아본 반야봉은 초록빛이었지만 자세히 봤을 때는 초록빛 사이 군데군데 히끗히끗 죽은 비목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자꾸 주변으로 번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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