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 잃어버린 아이 2명 가족품에 돌려보내
30여 년 전 실종된 남녀가 경찰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극적으로 가족을 상봉했다.
18일 경남지방경찰청은 31년 전 실종 신고가 접수된 A(37·여·지적장애 1급·당시 4세)씨를 최근 도내 한 보호시설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87년 3월 밀양의 큰집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이후 가족과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남경찰청 장기실종전담반은 2016년 7월께 이 사건을 인계받아 재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신고자인 A씨 어머니를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다른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전담반은 A씨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았다”는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옛 주소지 주변 자치단체·요양병원 등을 상대로 탐문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찾아낸 A씨 어머니는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한 것을 알아냈다. A씨 어머니가 A씨에 대해 “말을 잘 못했다”고 진술한 점과 가족력에 미뤄 A씨가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A씨 어머니에게 DNA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2005년 말 제정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A씨가 보호시설에서 생활한다면 DNA가 데이터베이스(DB)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A씨 어머니 DNA를 DB 자료와 대조작업을 했고, A씨가 도내 모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지내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3일 대구에서 딸을 만난 A씨 어머니는 훌쩍 커버린 딸을 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1986년 창원 집에서 학교 운동회를 간다고 나간 뒤 사라진 B(44·지적장애 2급·당시 12세) 씨에도 가족을 찾아줬다. 지난해 말 이 사건에 착수한 전담반은 신고자인 B군 어머니를 찾아 DNA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던 B씨를 찾아냈다.
두 실종 사건을 해결한 전담반 소속 심성배 경사는 “특히 A씨 어머니는 2004년께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도 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한 번 더 설득해 검사를 진행했다”며 “세월이 흘렀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 경사에게는 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해 조만간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김순철기자 ksc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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