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여당 원내대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경일포럼] 여당 원내대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 경남일보
  • 승인 2018.07.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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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17회 한국여성경제인포럼’에서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 과정을 주제로 한 강연 중 대기업 특히 삼성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며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된 지난 20년 동안 가계소득은 8.7% 줄고, 기업소득은 8.4% 올랐다”고 주장하여 삼성 등 대기업만 부자가 되고 가계는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가 한 발언 내용의 진위여부부터 짚어보면 먼저 ‘기업소득은 증가한 반면 가계소득은 줄어들었다’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총국민소득(GNI)이 427조 원에서 1730조 원으로 연평균 6.4% 증가하였다. 이 중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은 각각 6.0%, 8.1% 증가하여 기업소득이 가계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소득이 감소하였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 특히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서 소득은 2006년 341만원에서 2016년 487만원으로 연평균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가계소득이 감소하였다는 것은 국가통계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삼성전자가 1∼3차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됐다”고 한 것도 사실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위험한 발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성회’ 149개 회원사의 2017년 결산 영업이익률은 8.5%로 업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해 글로벌 제조업에서도 상위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년 동안 자신의 주력분야인 TV, 휴대폰(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서 각 분야의 선도 기업인 소니, 노키아, 인텔 등을 꺾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임직원의 피땀 어린 노력과 기업자체의 혁신적인 사고로 기업의 수익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여 ‘무어의 법칙(Moore’s Lar)’ 깨고 ‘황의 법칙(Hwang’s Law)’을 이룩한 결과이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 글로벌 기업이 “하청·협력업체를 쥐어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면도 위험한 발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인 것이다.

1996년 6월 미국 포토저널리즘 잡지인 ‘라이프’의 표지에 파키스탄의 12살짜리 소년이 나이키 상표가 찍힌 축구공을 바느질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어린이 노동을 착취하는 기사가 실렸다. 어린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겠다며 축구공을 제조·판매하던 혁신기업 나이키는 한순간에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쥐어짜 하루 1달러의 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축구공을 생산하여 비싸게 파는 악덕기업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이 기사는 축구를 열광하는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였다. 미국 소비자단체들은 어린이 노동 착취로 생산된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잇달아 발표하면서 특히 파키스탄에서 생산된 축구공 불매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세계적으로 번져나갔다. “나이키=아동 노동력 착취”라는 이미지 탓에 매출이 급감하였고 그 결과 1998년 대규모 적자와 함께 16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를 쥐어짜 이익을 남기는 글로벌 기업’ 즉 ‘삼성전자=약탈자‘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때 경쟁 기업들과 경쟁국의 소비자(단체)들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이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 올 것이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멍석은 못 깔아 줄망정 기업인의 사기를 꺾고 기업의 이미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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