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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동굴 탈출' 태국 소년 축구단에게 배울 점김향숙 (객원논설위원·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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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3  22: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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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더위가 정점을 향해 가던 7월 어느 날, 세계는 수중동굴에 깊이 갇혔던 태국축구팀 ‘야생멧돼지’의 소년 12명과 코치가 구조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집중호우의 수위 급상으로 동굴 속에서 11~16세 소년들은 국제잠수구조팀이 위치를 발견하기까지 9일 동안 깜깜한 암흑 속에서 물로 휩싸인 채 외부와의 접촉과 생명유지 수단도 없이 버텼고, 구조 활동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2주 넘게 걸렸다. 미국, 벨기에, 영국, 중국 등 세계 잠수부들이 자원하여 태국 해군과 구조 활동을 했고, 민간 잠수부가 해군 특수부대에 필요한 구조훈련을 시켰다. 이스라엘 기술자들은 갇힌 소년들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영상과 음성기술을 지원했고, 미국의 한 기업가는 로켓 부품으로 만든 아동용 개인 잠수함을 만들어 가져가는 등, 세계가 순식간에 한 마음이 되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힘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이 구조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요인은 바로 그들 자신의 놀라운 결의였다. 코치이며 불교승인 찬타웡은 악몽의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소년들에게 명상을 가르쳤고, 각종 기사를 보면 아이들과 코치는 누가 먼저 구조될 것인가 그 순서까지 정했다 한다. 이들이 보여준 꿋꿋함과 희생정신이 특별히 돋보이는 이유는 ‘야생멧돼지’팀은 축구열성이 대단한 태국의 일반 소년단에서 거부 당한 가난한 아이들과 무국적 난민의 소외받던 소년들, 그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겠다는 소명을 가진 난민 출신 젊은 코치로 구성된 정신공동체였기 때문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혼란과 이기심이 야기되어 참사로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보여준 견인함과 자기희생 정신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불과 몇 년 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한 채 어이없이 수백명을 잃어야 했던 아픔을 가진 우리에게 태국소년들 전원의 생존 소식은 매우 정화적인 것이었다. 분열 조장이 마치 유행 타듯 정치적 권력 유지 확산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우리사회에 태국의 어린 소년들이 보여준 결속력과 그들이 이뤄낸 기적의 소식은 정말 감동적이다.

올해 초 영국 BBC의 한 연구는 세계 27개국에 “전반적으로 당신의 나라가 최근 어느 정도 분열되었다 보는가?”라는 질문을 하였고, 한국인 중 77%는 사회가 “매우/꽤 분열되었다”고 답했다. 또 이 연구는 한국인이 가장 불신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10명 중 7~8명이 분열되어 있고, 우리 사회가 겪는 가장 큰 갈등 원인은 바로 정치적 견해차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 차이가 사회단결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은커녕 교묘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토론과 논평의 민주적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비판을 넘어 인신공격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각종 사회 현안에 정치 이념적 색깔을 칠해놓고 서로를 정치적 이단자라 비난하기 바쁘다. 근현대 민주화과정에서 정치 이념적 색깔론으로 유난히도 많은 희생과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사회적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이 논리적, 합리적, 민주적 대화가 아닌 상대를 비하하고 이념 싸움을 하는 것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구조가 종료된 후, ‘야생멧돼지’팀이 재난 상황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을 잃기는커녕 공동체 유대감과 강인한 지도로 더 큰 위로와 평안을 얻은 것에 대해 세계는 칭찬하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재난 속에서도 똘똘 뭉쳐 서로 의지하고 고난을 이겨낸 이들의 견고 부동한 결의와 침착함은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권력에게 비방과 편 가르기에 앞장서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악화시키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김향숙 (객원논설위원·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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