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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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8.0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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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신화적 주막집 - ‘라 꼴롱브 도르(황금 비둘기)’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생 뽈 드 방스


라 꼴롱브 도르는 니스(Nice)에서 서쪽으로 18㎞ 떨어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중세시대의 마을 생 뽈 드 방스(Saint-Paul-de-Vence)에 자리 잡고 있다. 80여 년 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던 곳이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쥬 브라끄, 마르끄 샤갈, 후안 미로 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머물렀거나 거주하였었다. 미국의 작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에서부터 쟝-뽈 사르뜨르(Jean-Paul Sartre) 또는 프랑스 영화제작자인 끌로드 란츠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의 지성가운데 한 사람인 베르나르-앙리 레비(Bernard-Henri Levy)는 그의 많은 저서들 가운데 여러 권을 이곳에서 집필하였다.

라 꼴롱브 도르의 역사는 1920년에 뽈 루(Paul Roux)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꺄페-레스또랑 “Chez Robinson”(로빈슨 네)을 열면서 시작된다. 그는 밥띠스띤느(Baptistine)와 결혼한 후에 그 자리에 방 세 개짜리 주막 ‘ Colombe d’Or(황금비둘기)‘를 열게 된다. 그 입구에다 다음과 같은 문구로 된 간판을 단다. “말을 타고 왔든 걸어서 왔든, 그림 그리러 왔던 간에 이곳에서 묵을 수가 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지나는 과객들의 친구가 되고, 그의 환대와 예술에 대한 호기심은 특별히 예술가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게 되고 많은 예술가들이 단골 고객들이 된다. 주막의 벽면들은 종종 몇 밤을 재워주거나 몇 끼니 식사를 제공한 대가로 화폭들로 채워지게 된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에 프랑스 남부는 자유지역이 된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인사들이 남부 지중해 연안으로 정착하게 되고, 꼴롱브 도르는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게 된다. ‘밤의 방문객들’이라는 자끄 프레베르 시인의 작품이 영화로 촬영되는 동안에 그는 이 주막에서 지내게 된다. 그는 마침내 이 마을에 거주하게 되고 뽈 루의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곳에서 수많은 예술가들, 이를테면 브라끄에서 피카소, 미로, 페르낭 레제르, 샤갈 등이 묵고 간다. 사실 이들 이전에 앙리 마티스가 이미 거처를 이곳에 정한 바 있었다. 1951년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여배우 시몬느 시뇨례(Simone Signoret)와 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d)이 이곳 꼴롬브 도르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1953년에 창업자인 뽈 루가 사망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맨 처음 조문객으로 찾은 친구가 피카소였다. 1976년에는 시몬느 시뇨레가 주로 라 꼴롬브 도르에서 있었던 추억을 서술한 그의 자서전 ‘La Nostalgie(향수)’를 출간한다. 1993년에는 생-뽈의 시장의 주례로, 베르나르-앙리 레비(Bernard-Henri Levy)와 아리엘르 동바슬(Arielle Dombasle)이 결혼식을 이곳에서 치르고 주거공간을 마련한 후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라 꼴롱브 도르에 대한 베르나르-앙리 레비가 서술한 구절들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다. ‘내 스스로를 숨길 수 있을 것 같고 동시에 내가 작품을 쓰고 또 사랑할 수 있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유일무이 한곳(1994)’. ‘특별히 소설 속의 몽상적인 곳...내가 살 수 있도록 허락해준 가장 애로틱한 곳(1994)’.

꼴롱브 도르의 발전은 조금 조금씩 이어져 나간다. 건축가 쟈끄 꾸엘르(Jacques Couelle)가 축조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의 손바닥 자국들로 채워진 벽난로를 설계하였다. 전쟁이 끝나면서 국제적인 고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전설적 영화배우와 가수들과 같은 연예 스타들, 이를테면 이브 몽땅(Yves Montand), 리노 방뜌라(Lino Ventura), 세르쥬 레지아니(Serge Reggiani) 등을 들 수 있다. 1952년에 화가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가 떼라스에다 휘황한 색채의 세라믹 작품으로 장식하게 된다. 1950년대는 미로, 브라끄, 샤갈이 주인공들이었고 그 뒤를 미국 출신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깔데르(Alexander Sandy Calder)와 조작가 세자르(Cesar Baldaccini) 외에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이어나간다. 예술품들의 컬렉션은 해가 거듭될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방문객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꼴롱브 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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