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5] 귀촌단계
조동진의 귀농인 편지 [5] 귀촌단계
  • 경남일보
  • 승인 2018.08.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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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사 주최로 경기도 고양에서 k-farm이 성황리에 마쳤다는 기사에 박람회장 입구에 대형 안내판으로 귀농귀촌 단계를 안내했다고 하는데 그 순서가 정보수집→가족 논의→작목선택→영농기술습득→정착지 선정→농지구입, 집짓기 등으로 안내를 했단다.

물론 이 순서는 농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순서라서 그대로 원용한 것 같다. 필자는 이 순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는다. 행여 귀농귀촌에 대해 부푼 꿈을 가진 사람들은 정부 산하기관이나 농민신문에서 제시하는 방향이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공산이 큰데 이 부분을 좀 더 신중히 검토했으면 한다.

그 순서대로 따른다면 도시에서 시골로 가기 전에 작목부터 선정하라는 얘기다. 즉, 교육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맘에 드는 작목을 선정하고 그 작목에 대해 영농기술을 배우고 정착지를 정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농사라는 것은 사람보다 하늘의 영향이 크다. 요즘처럼 기후가 급변하는 시대에는 수십년 농사를 지은 농부도 처음 당하는 외래해충이나 병충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런 시기에 흙이 뭔지, 나무가 뭔지, 농약이 뭔지, 퇴비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보고 책상에 앉아서, 아니면 농장 몇 번 방문해보고 작목을 선정하란다.

몇 십년을 농사한 사람들도 요즘 같이 변덕스런 기후나 수입과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작목선택에 자신이 없다. 그런데 농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 보고 작목부터 선정하라니...더구나 과수는 식재 후 사오년이 지나야 결실을 보는데 작목선정이 잘못되었을 경우엔 사오년은 그냥 날아간다. 물론 시설재배로 하는 과채류는 일년 단위이지만 그에 걸맞는 시설을 하기에 작목을 변경하려면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또한 땅이라는 것은 함부로 그 성질이 바뀌는 것이 아닌데 아무 작목을 심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작목을 선정하고 그 후에 정착지를 구한다면 훗날 작목을 변경하면 또 다른 정착지를 구할 것인가. 땅이라는 것은 고유의 성징이 있어 그 땅에 걸맞는 작목과 그 지역 기후에 적합한 작목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작목부터 선정하고 정착한 곳에 무조건 그 작목을 재배한다는 것인가.

땅에 맞추어 작목을 선정해야지 작목부터 정하고 땅을 구입하는 경우가 어딨겠는가. 그리고 농사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만천하가 안다. 물론 간간히 억대 농부가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 80%가 5년 이내에 폐업했듯이 농사 또한 그에 못하지 않은 실패확률이다.

그러기에 작목부터 선정해서 무조건 시작해보라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더구나 장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농사는 자연의 비중이 더 높다. 인력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기에 자연을 먼저 알고 그기에 순응해가며 작목을 선정해야 할 것이 아닌가.

농사의 단계는 제조업의 그것처럼 생산 가공 판매의 3단계가 있다. 각각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개개인이 잘 할 수 있는 단계부터 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귀농귀촌인은 농사가 뭔지 모른다. 하지만 도시에 지인들이 있으니 생산보다는 판매가 수월하다.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농사를 지은 분들은 도시에 판매처가 없다. 따라서 그 분들은 생산을 하면 되고 귀농귀촌인은 처음엔 판매부터 시작하는 게 효율적이다. 이웃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택배작업을 하여 판매부터 하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건조나 냉동 같은 초보적인 가공을 하여 마진을 높이고 점차 가공기술을 익혀 가공판매를 하면 농산물의 생산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다가 자신이 생기면 작목을 선택하여 생산에 들어가는 게 순서 아닐까. 그래서 지역민과의 협업으로 소통도 이루어져 자연스레 정착의 길로 갈 것이 아닌가! 간단히 예를들어 감농사를 시작할려면 묘목을 심고 5년을 기다려 수확을 하고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해야하는데 시골에 가서 일년 동안은 사람을 사귀며 곶감 만드는 법을 공부하고 체험을 해서 이듬해부터는 원료감을 사서 곶감을 만들어 팔면 바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봄 한철에만 나오는 두릅, 엄나물, 가죽나물 등을 냉동보관 하여 가을에 팔면 소득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농산물을 알아가며 농사에 접근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왜 정부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영농체험 시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귀농 귀촌인을 생산부터 하라고 내모는지 모르겠다. 실망과 회의를 잔뜩 안겨줄 가능성이 많은 현재의 정책 시스템이다.

농사일은 시골에 정착하여 이웃의 일을 도와가며 배우고 그러다보면 사람도 알게 되는데 그런 자연스런 순서를 두고 굳이 귀농귀촌인만 따로 모아서 돈 들여서 영농교육을 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귀농인보다 귀촌인의 비율이 열배가량 많다.

그런데도 귀촌인을 위한 순서는 어디에도 없고 귀농인만을 위한 순서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생각하기는 귀농이든 귀촌이든 사람이 먼저다. 먼저 나의 취향에 맞는 사람이 많은 정착지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때까지는 농사니 작목이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농촌의 문화나 사람들을 만나고 체험해 보는 게 우선이다. 즉, 후보지에 우선 임시로 살면서 교육에 참가하고 취미활동을 같이 하며 사람을 만나고 이웃 농장에 가서는 임금을 받지 말고 농사일을 도와주라. 돈을 받고 일을 하면 지역민과의 관계도 거래관계가 되겠지만 무임금으로 도와주면 정으로 연결된 관계가 되어 친한 관계가 된다.

그리고 암만 무임금이라 해도 밥 주고 술 주고 수확한 농산물 주고 한다. 그렇게 영농체험도 하고 사람부터 사귀는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나 정부가 할 일은 시골에 오기 전에는 시골의 문화 이해하기, 시골에 대한 편견 좁히기와 기본적인 영농교육, 예를 들어 살아있는 흙이란 무엇인지, 농약이 무엇인지, 나무의 속성은 무엇인지, 퇴비나 비료는 무엇인지 등의 기초를 교육하고 작목의 선택은 시골에 정착 후 몇 년이 지난 후 본인들이 현장에 맞게 선택하게 두면 된다.

또한 많은 돈을 들여 영농체험장을 만들어 운영하기보다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임시거주지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귀농인의 집이나 농막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면 본인들이 직접 농막을 설치하여 살아보고 정착을 결정하고 방향을 잡을 것이다. 자동차 야영장처럼 기존의 시설에 농막 야영장을 제공해 주면 많은 사람들이 임시로 살아보기를 통해 시골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귀농귀촌의 순서는 가족과의 공감대 형성→시골문화 및 영농 기초공부→정착지 선정→임시거주→부지구입→집짓기 및 영농체험→판매 가공→작목선정의 순서로 가는 것이 실패도 줄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순서가 아닐까 한다.

필자는 귀농 귀촌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본인의 경험을 살려 ‘귀농귀촌 알아야 할 88가지’라는 책을 출판하였고 지리산웰빙귀농학원을 설립하여 하동군 위탁 귀농귀촌 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다.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귀농귀촌을 제대로 이루시길 간절히 바라면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언제든지 네이버 카페, 지리산웰빙귀농학교에 문의나 연락처를 남기시면 무료 안내를 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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