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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201> 지리산 반야봉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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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9  22: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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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촛대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왼쪽끝봉이 노고단이다. 사진제공=지리산 국립공원 자율레인저 조점선씨



반야봉은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봉우리다. 특유의 하트, 혹은 엉덩이모양 때문에 남부지방 어느 산을 가더라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천왕봉도 중봉을 끼고 있고 반야봉도 중봉을 데리고 있는 쌍봉이라는 점이다. 다른 것은 천왕봉은 남성처럼 드세고 반야봉은 여인의 엉덩이처럼 부드러운 쌍봉이라는 점이다. 시인 이원규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에서 지리산 10경을 언급하면서 반야봉에 대해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라고 했다.

대개 사람들은 지리산을 어머니산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생김새로 구분을 짓자면 천왕봉은 사내로, 반야봉은 여인으로 본다.

실제 반야봉에 여인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전한다. 하늘의 딸, 마고할미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고 있던 도사 반야(般若)를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결혼한 뒤 천왕봉에서 8명의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반야가 더 큰 수행을 위해 딸과 처를 두고 반야봉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고할미는 딸들을 팔도로 각각 하산시키고 나무껍질을 벗겨 옷을 지으며 독수공방 남편을 기다렸다. 하지만 반야는 백발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랑의 징표 하트가 반야와 마고할미의 러브스토리에서 왔다면 웃을 일일까.

반야는 불교의 근본교리 중 하나로 ‘지혜’를 뜻한다. 인간이 진실한 생명을 깨달았을 때 나타나는 근원적인 지혜를 말한다. 그래서 반야봉은 ‘지혜를 얻는 봉우리’로 해석할 수 있다.

 

   
▲등산로: 성삼재→노고단고개→돼지령→피아골갈림길→일걸령→노루목→반야봉·삼도봉 갈림길→반야봉(반환). 왕복 13㎞에 휴식포함 6시간 소요.


지리산 제 2봉 반야봉(1732m)은 기암괴석의 웅장함과 독특한 식생을 간직한 아름다운 산이다.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의 경계지점에 있다.

노고단 고개에 서서 구름이 넘나드는 반야봉 쪽을 바라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가깝게 반야봉과 삼도봉이, 멀리 촛대봉 천왕봉 중봉 지리산의 크고 작은 골과 능선이 끝간 데 없이 펼쳐진다. 마치 거대한 원시 밀림의 왕국 앞에 서 있는 듯 한 기분이 든다.

고개를 넘으면 곧바로 내리막 길, 깨끗하고 청결한 원시자연림 터널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간다. 바닥에는 이끼류와 고사리류 등 태고의 흔적을 간직한 양치식물이 초록융단처럼 깔려 있다. 풍찬노숙 고생한 수목들은 수령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형의 몸을 다졌다.

수목의 숲 터널을 지나면 이번엔 철쭉 등 관목 숲이 밀려온다. 비스듬한 길을 1시간쯤 올랐을까. 오른쪽으로 전망이 열린 돼지령이 나타난다. 멧돼지가 많이 출현해 돼지령이 됐다고 한다.

다시 길을 재촉하면 초지대가 있는 펑퍼짐한 안부, 야생화가 많은 지역으로 등산로 외엔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말뚝이 박혀있다. 맑은 날은 멀리 섬진강까지 보이는 조망터다.

성삼재 기준 2시간 20여분 만에 피아골 대피소갈림길에 닿는다. 오른쪽 2㎞ 지점 아래에 대피소가 있다. 등산인의 잘못된 행동을 꾸지람한 것으로 유명한 함태식 옹이 40년간 살았던 곳이다. 그는 2013년 86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에 애썼고 1972년 초대 노고단대피소 관리인으로 임명됐다가 피아골로 옮겼다.

 

   
▲ 임걸령샘


임걸령고개에 닿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화강암이 넓게 퍼져 있고 군데군데 휴식할만한 공간이 있다. 등산로에서 채 5m도 벗어나지 않은 곳에 맑고 깨끗한 옹달샘이 반긴다. 능선에 샘물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정면에 우뚝한 반야봉의 물이 모여 흘러나오는 것이다. 천왕샘과 함께 국내 최고지대 샘물 중 하나다.

임걸령은 조선조 선조 때 임걸년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왔다. 그는 유명한 도적이었는데 지리산 일대 절과 암자의 물건을 훔치고 다녔다. 삼도봉 옆 화개재를 넘나드는 상인들은 도적놈의 밥줄이었으리라.

임걸령 샘에서 다시 된비알을 올라서면 반야봉으로 갈라지는 노루목을 만난다. 노루가 다니는 길목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림길에서 삼도봉으로 향하지 않고 왼쪽으로 틀어 철계단과 암석길을 거쳐 1km정도 올라가면 기암괴석과 구상나무가 어우러진 반야봉이다.

 

   
▲ 죽은 구상나무


어느 순간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이 나온다. 거대동물의 갈비뼈처럼 허연 나무들이 서 있거나 픽픽 쓰러져 있다. 공원 측에 따르면 이 일대(1㎢) 구상나무 1만5000여 그루 중 45%인 6700그루가 고사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오랜 기간 지속된 가뭄이 원인이다. 100여 그루를 조사한 결과 89%는 2000년 이후, 11%는 2012년 이후 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상록 침엽수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유럽에서는 한국 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트리로 쓴다. 학명 Abies koreana WILS 에 ‘한국’이 들어 있다. 일제 때 미국 식물학자 윌슨이 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반야봉 정상


2시간 40분 만에 반야봉 정상에 닿는다. 황톳빛 바위들이 들쑥날쑥 노출돼 있다. 정상석도 황토색이다. 2015년 8월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기존 비석형 표지석을 치우고 주변경관과 어울리는 자연석으로 교체했다.

삼도봉을 비롯, 토끼봉 명선봉 벽소령 촛대봉 등 지리능선이 유장(悠長)하게 펼쳐진다. 그 중간 어딘가에 ‘구름 속에 물줄기가 연기처럼 흐른다’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연하천(烟霞川)이 있을 것이다. 앞에 보이는 삼도봉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전남 구례군 산동면, 경남 하동군 화개면, 3도에 걸쳐 있어 그렇게 부른다. 1998년 세 지역의 도지사가 모여 표지석을 세우면서부터 삼도봉으로 불렀다. 그 전에는 낫의 날처럼 생겼다는 뜻으로 낫날봉, 날라리봉으로 불렸다. 날라리봉 북사면이 뱀사골, 남사면이 불무장등이다. 이를 경계로 동편의 목통골과 서편의 피아골이다.

반야봉은 지리산의 독립된 봉우리다. 야생화와 구상나무 등 독특한 식생을 보인다. 한 여름 한폭의 천상화원이라 할 만큼 야생화가 무리지어 핀다. 풀솜대, 산오이풀, 까치수영, 비비추, 원추리가 사계절 피어나는 야생화의 보물창고다. 특히 신비로운 낙조(落照)의 장관을 연출해 내는 지리산 8경 중의 하나다.

반야봉에선 더 이상 진입할수 없다.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통제돼 있으며 가끔 곰이 출현한다. 특히 달궁 쟁기소 지역은 조난사고 다발지역이기도하다.

지리산 종주인 들에겐 주릉에서 벗어나 있는 반야봉은 갈등의 대상이다. 가자니 시간이 그렇고, 안가자니 찜찜하기 때문이다. 반야봉 단독 산행이라면 남쪽 피아골에서, 혹은 북쪽 뱀사골에서 오르거나 성삼재 노고단에서 오르면 된다. 달궁 쟁기소 등산로는 통제돼 있다.

이 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북으로 뱀사골과 심원계곡으로 흘러 경호강, 남강이 되고 남으로 흐른 물은 피아골을 거쳐 섬진강에 합류한다.

또 지리산 남쪽의 계곡과 샛강들은 남부능선 세석∼삼신봉 구간을 기준으로 왼쪽은 섬진강, 오른쪽은 덕천강 남강으로 흘러 낙동강에 합류한다.

 

   
▲ 노루목


이 계절 지리산 성삼재∼노루목∼반야봉 구간은 천상의 길이었다. 6㎞에 이르는 등산로에는 원시림 초록터널이 그늘을 만들고 바람은 불어서 꽃향기를 실어준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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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비석형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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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정상석. 뒤에 구상나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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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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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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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속 반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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