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대학 기본역량 진단과 대학간 통합 정책에 대한 우려
[경일포럼] 대학 기본역량 진단과 대학간 통합 정책에 대한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18.08.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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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23일 교육부는 대학의 교육여건,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들은 사실상 부실 대학으로 분류되어 정부 재정지원과 정원 감축 등으로 대학 존립 자체도 위태로울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편승하여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하여 오던 대학간 통합,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공영형 사립대 육성 등의 사업이 가속화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고등교육에서 국공립대학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는데, 서열주의로 지역의 모든 대학이 수도권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등교육의 서열화와 지역 편차를 조정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하였다.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한다. 능력의 차이가 있는 인간과 조직에는 서열이 있게 마련이다. 서열을 극복시킬 유일한 방법은 경쟁이다. 조직간 서열과 편차를 무시하여 평준화를 시도한다면 그 사회는 퇴보될 수밖에 없다.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19세 중엽엔 미국의 학문이 유럽 주요국을 따라 간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었지만, 20세기 이후에는 유럽이 미국의 학문을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의 원인은 대학의 재정적 자율성과 경쟁에서 미국이 유럽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대학이 자립적으로 생존하면서 세계화의 대열에 존속하기 위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대학의 특성화와 전문화이다. 경쟁의 근본에는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 세기동안 우리나라 고등교육도 학교간 전문분야의 능력 차이를 인정함에 경쟁을 유도하여 대학을 성장시켜 왔다. 지금같이 서울대를 정점으로 명문대학 순으로 서열화한 것이 아니라 대학의 특성에 맞게 전문분야별 서열로 경쟁한 것이다. 예를 들어 법대는 ○○ 대학, 상대는 △△ 대학, 공대는 ×× 대학 식으로 특성화하여 이들 분야에서는 서울대학을 능가하는 명성을 가졌다. 지방대학도 지역전략산업에 맞추어 전자공학분야는 ○○ 대학, 기계공학분야는 △△ 대학 식으로 특성화하여 서울의 대학들을 능가해서 자리매김하였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각 대학들이 갖고 있는 전통과 전문성을 찾아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육성 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인위적인 통합으로 거대대학을 구축해 획일적인 대학을 만드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둘째, 대학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구조조정을 시켜야 한다. 과거 공업화시대의 사회적 키워드는 ‘표준화·획일화·대량화’였다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는 ‘개성화·다양화·소량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20세기 대학 유형은 대규모 종합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21세기 대학은 다양한 지식을 특성화시켜 소규모 집단(학생)에게 지식을 창달(暢達)하는 구조인 강소대학 중심이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간 통폐합을 통한 지방거점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은 시대구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대학들이 살아남을 길은 대학 자신이 갖고 있는 특성이 무엇인지 먼저 진단하고 그에 맞는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인재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대학들은 일반대학과 산업대학 등과 같이 특성화 대학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 대학들의 교과과정을 보면 차별화 없이 보편적이면서 획일적이었기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맞춰 정원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대학간 통폐합 정책보다는 경쟁에서 이길 차별화된 전공분야 중심으로 슬림화하는 강소대학 중심의 대학정책으로 미래 인재를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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