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효리네 민박’의 가치
[아침논단] ‘효리네 민박’의 가치
  • 경남일보
  • 승인 2018.09.09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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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지난 7월 중순경 제주도에 정착했던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배경이었던 그들의 집을 JTBC측에 매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팬들과 관광객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보면서 ‘효리네 민박’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해본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2013년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의 소길리에서 거주해 왔는데, 톱스타의 유명세로 인하여 집주소가 알려지게 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방영된 ‘효리네 민박’ 시즌1과 올해의 시즌2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한번 쯤 가보고 싶은 관광명소로까지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가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사례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 특정 지역이거나 촬영을 위해 만들어 놓은 세트가 대부분이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문제되는 일이 거의 없고 오히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 부부가 실제로 거주하는 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방영이 끝난 이후에도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인하여 자신들의 사적인 공간이 집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이 ‘효리네 민박’을 좋아한 이유는 톱스타로서의 이효리의 명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출연진이나 민박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주는 그녀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해맑게 웃고 떠드는 모습 속에서, 때로는 그녀의 생각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면서 감동하고, 소소한 행복에 대한 행복바이러스도 함께 전해졌던 것이다. 그들의 생활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유발하였고, 여유로웠지만 거부감이 없는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은 이러한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에 대한 대리만족도 얻었다. ‘효리네 민박’은 이처럼 일반 시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효리네 민박’ 시즌3은 이효리 부부가 이사를 감으로써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효리 부부가 소길리 집을 매각하고 경기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유명 톱스타로서 자기의 집을 방송에 활용했으니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처음 집을 짓기 위하여 매입할 때보타 몇배의 가격을 받고 팔았으니 이익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심지어는 ‘효리네 민박’ 근처의 소길리 땅을 홍보하는 부동산업자도 생겨났다. 하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자기의 집에서조차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JTBC가 이 집을 시세에 맞게 매입한 것도 현명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관광객들에 의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지자 이효리 부부는 SNS를 통해서 집에서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글을 남겼지만, 결국은 팬들의 과도한 관심과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들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상황을 공유지의 비극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예능프로그램이라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던 ‘효리네 민박’이라는 우리 사회의 무형의 가치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로 인하여 사라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형의 자산이든 무형의 가치이든 그것을 접하고 대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거나 소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창석(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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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2018-12-16 18:38:14
효리네민박 시즌3 나와라...
요즘 효리네민박 따라하는 프로가 대다수...
무슨 프로가 인기 있으면 타방송에서 따라한다.
그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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