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부레옥잠의 선택
[교단에서] 부레옥잠의 선택
  • 경남일보
  • 승인 2018.09.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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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진주수정초등학교 교사)
“물가 식물에 대해서 인터넷이나 식물도감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해 볼까요.”

물속에 사는, 물 위에 둥둥 떠서 사는, 뿌리는 흙 속에 담고 몸만 물 위에 나와 있는 식물로 나눌 수 있다고 씩씩하게 발표를 한다.

“부레옥잠은 물 위에 떠서 생활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창가에 올려놓고 정성 들여 키우던 부레옥잠을 이용해 물가 식물의 특징을 공부해 본다.

“전체를 길게 한번 잘라보고 옆으로도 잘라보겠어요.”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났어요. 엄청 방이 많아요.” “잎이 반짝반짝하고 기름기가 많아요.” 잎자루를 물이 가득 담긴 수조 속에 넣고 ‘뽀글뽀글’ 물방울을 품어 올리는 장면에서는 ‘와!’ 탄성을 내 지른다. 부레옥잠은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하려고 잎자루를 크게 부풀리고 그 속에 공기를 차곡차곡 저장하는 알뜰함을 선택했다. 온몸에 기름칠을 하고 잎을 둥글게 만들어서 잘 뜰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식물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무기력해 보여도 자신만의 독특한 선택을 통해 자연 속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가졌다.

“왜 내가 꼭 양보하지요? 친구는 필요 없어, 나 혼자 할 거예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 놓고 눈은 창밖의 친구들만 지켜보고 있다. 자신이 양보한다는 것은 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친구가 없다는 쓸쓸한 현실을 선택한다. 세상의 기준이 이기고 지는 일속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친구가 없음은 그냥 없다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더 배울 것이 없고, 더 성장할 필요가 없으므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이다.

친구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레를 만드는 일이다. 가슴속에 공기주머니 만들어 맑은 공기를 가득 저장하는 일이다. 어떤 친구를 만나도 함께 놀 수 있도록 곱게 기름을 바르는 일이다.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서로 돕는 식물들처럼 친구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그 길이 가장 짧은 길, 지름길이다. 친구와 함께할 때, 성장이 시작되고 학습이 시작된다.
 
신애리(진주수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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