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보호관찰관의 하루
어느 보호관찰관의 하루
  • 경남일보
  • 승인 2018.09.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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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소장)
김송수

정말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걸까?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숲속 산길에서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 도착한 산꼭대기 맨 끝집. 96세 노모와 함께 사는 대상자를 찾아간다.

그 흔한 휴대전화조차 없어 연락할 방법이 없다. 형편 어려운 대상자에게 추석맞이 원호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할 수밖에 없다. 그는 10년 넘게 조현병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고 지적장애도 있는 사람이다. 면담할 때 늘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한 번도 보호관찰관과 눈맞춤을 하지 않는다. 진주시 외곽 농촌지역인 그의 집은 시골길을 한참 달려가야 나온다. 가을 날씨답게 바람은 선선하지만 햇볕은 여전히 뜨겁다.

네비게이션에서 그의 집이 가까워지고 있던 그때, 길을 가던 동네 할머니가 급하게 차를 세운다. 날이 너무 더워 집까지 못 걸어가겠다며 차를 세우자마자 올라탄다. 어디까지 가시느냐고 여쭤보니 저기 산 밑 절 아래 있는 집이란다. 목적지보다 2㎞는 더 지난 곳이다. 그 짧은 시간에 ‘딸이 시청에 근무한다. 무슨 농사를 짓는다’ 등등 많은 얘기를 하셨다. 집에 도착하자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고 내렸다. 다시 차를 돌려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의 집 마당엔 최근에 기르던 개가 새끼를 낳아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보호관찰관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고 다가온다. 그는 지인에게 빌린 텃밭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었다.

노모는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대화를 해야 한다. 원호금 받을 통장번호를 찾아 확인하고 노모를 잘 돌볼 것과 오토바이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강조하고 돌아섰다.

아직도 대상자 지도를 위해 방문해야 할 데가 네 곳 남았다. 반겨 줄 이 없어도 울퉁불퉁한 시골 길을 달려간다.

보호관찰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처우의 개별화와 전문화를 통해 주로 범죄자의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지역사회 재통합에 힘썼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각종 신종범죄나 아동·청소년 성범죄 등과 같은 흉악범죄와 관련해서는 효과적인 범죄통제, 비용효과성, 범죄피해자에 대한 회복적 역할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현대 형사정책의 꽃이라 불리는 보호관찰 제도의 근간은 보호관찰관이다. 이들은 수많은 도전과 열정, 헌신으로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책임지는 파수꾼이다.

 

김송수(진주준법지원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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