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한류, 대중문화에서 정신문화로
[경일시론] 한류, 대중문화에서 정신문화로
  • 경남일보
  • 승인 2018.09.1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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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오(싱가포르 한국국제학교장)
한국어가 세계 약 6000여 언어 중 사용 인구와 응용력 면에서 세계 10위권이라고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어가 5대 언어의 위상을 가진다. 이러한 위상은 경제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의 공헌 또한 크다.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는 유·초·중등 정규학교과정 이외에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어교육원(Korean Language Course)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수강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현지 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1013명, 난양공과대학교(NTU) 1467명,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 100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이들 대학 중 한 대학의 외국어 강좌 수강생의 수는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순으로 한국어 수강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도 한다. 세 대학은 모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재학생 역시 영어와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다. 이러한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것만도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이 학생들이 졸업 한 후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의 상호 발전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

이쯤에서 많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자막이나 더빙 없이 직접 듣고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K-pop을 들으면서 한국 가수와 노래가 좋아서라는 답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동기 가운데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한글의 모양 자체가 예뻐서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도 나타나는 답변이다. 한글이 예뻐서 배우고, 배우기도 쉽다는 학생들을 보면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자주, 애민, 실용정신은 차치하고라도 글자를 디자인하신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감각을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한글이 새롭게 보인다.

우리 학교에서는 싱가포르 학생 중 한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해서 한국대학에 3개월 가량 무료 어학연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지원자 인터뷰 과정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어학 연수기간 동안 휴가를 주지 않으면 회사를 사직해서라도 가겠다는 답변자도 여러 명이 있었다. 이는 그만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국의 언론에서 우리 청년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운이 빠져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한글을 비롯한 우리 문화만으로도 충분히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외국에서 몇 년 간 살아오면서 나날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실감하고 있다. 유럽의 조상들이 장엄한 관광 유산을 후손에게 남겨줬다면 우리나라의 조상들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글 ‘한글’과 고유의 정신문화를 남겨주었다. 최고의 공공외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의 한류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정신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점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 학교 한국어교육원도 올해 한글날을 맞이하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글발전 유공기관으로 선정되어 책임감이 더해졌다. 한글교육은 물론 한국의 문화, 역사, 철학을 비롯하여 전쟁 이후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에 동시에 성공한 한국의 저력을 싱가포르 청소년들에게 소개하는 교육과정을 추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승오(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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