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6)
  • 경남일보
  • 승인 2018.09.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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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날씨가 언제 더웠나 싶을 만큼 서늘해졌습니다. 벌써 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9월은 가을로 가득한 ‘온가을달’인데 그 이름에 맞는 날씨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이 이어지면 가을 나들이를 가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고장마다 이런저런 ‘축제’라는 것을 참 많이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축제’라는 말을 좀 덜 쓰고 ‘잔치’라는 토박이말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잔치’라는 말이 토박이말이긴 한데 ‘축제’하고 느낌이 다르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잔치’라는 말은 ‘생일잔치’, ‘환갑잔치’라고 할 때에 어울리고 어느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라면 ‘축제’라는 말이 더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고 말입니다. 


더 나아가 ‘잔치’보다는 ‘축제’라는 말이 더 크게 느껴지고 ‘축제’보다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왠지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모이는 더 큰 행사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렇게 느끼도록 가르치고 배웠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잔치’라는 말이 ‘기분 좋은 일이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먹거리를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라는 바탕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그 말은 얼마든지 여러 가지 넓이로 쓸 수 있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따로 차리지 않고 밥과 반찬만으로 하는 작은 잔치는 ‘밥잔치’가 되고, 태어난 날이 돌아온 것을 함께 기뻐하면 ‘돌잔치’가 됩니다. 같은 집안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집안 잔치’요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잔치는 ‘마을 잔치’입니다. 고장에서 열리면 ‘고장 잔치’고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하는 잔치면 ‘나라 잔치’가 되는 것이죠.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모여 즐기면 ‘벚꽃잔치’요, 가을에 살사리꽃이 예쁘게 많이 핀 것을 보며 즐기는 잔치는 ‘살사리꽃 잔치’라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토박이말 뜻을 자꾸 좁히고 가두지 말고 바탕 뜻을 살려 자주 쓰면서 때에 따라 새로운 뜻도 더해서 쓴다면 더 많은 토박이말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더욱 가까워질 거라 믿습니다.


‘잔치’라는 말이 처음부터 적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라는 뜻이 아니고, 우리가 그런 작은 행사에만 ‘잔치’라는 말을 쓰다 보니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요? 앞에 어떤 말이 놓이는가에 따라서 뜻의 넓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좀 더 큰 행사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면 앞에 ‘큰’을 붙여서 ‘큰잔치’라고 해도 좋고 그 앞에 ‘한마당’이란 말을 쓰면 좀 더 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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