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과 개성
미인과 개성
  • 경남일보
  • 승인 2018.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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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전찬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인은 뭇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상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서양 역사가 바뀌었다는 말도 있다. 중국도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4대 미인이라고 하여 침어낙안 폐월수화라고 한다. 동식물도 미모에 반했다고 과장되어 내려온다.

서시가 냇가에서 수건을 씻는 모습에 물고기가 그 미모를 보고 놀라 헤엄치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 하여 ‘침어(浸魚)’, 변경을 나서 흉노 땅으로 떠나는 왕소군의 비파소리에 기러기들이 날갯짓을 멈추고 떨어졌다 해서 ‘낙안(落雁)’, 초선이 달을 쳐다보면 달이 그 미모에 움츠려져 구름 뒤로 숨었다 하여 ‘폐월(閉月)’, 술에 취한 양귀비가 화원에서 꽃을 만지면 꽃이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렸다는 이야기의 ‘수화(羞花)’가 그것이다.

장자 제물론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소와 돼지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여기고, 솔개와 까마귀는 쥐를 즐겨 먹는다. 이것은 타고난 천성으로 어느 쪽이 과연 올바른 맛을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모장과 여희’는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는 절세미인이다. 그런데 물고기는 그들을 보면 깊이 들어가고, 새는 그들을 보면 높이 날아가 버리고, 사슴은 뛰어 달아난다. 어느 쪽이 과연 올바른 미를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장자에 나오는 ‘침어낙안(浸魚落雁)’이라는 말은 최고의 미인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미인으로 보이는 것이라 해도 물고기와 새에게는 두려운 존재일 뿐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상대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미인의 기준도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는 풍만한 육체와 통통한 얼굴이 미인이었다면 현대에는 날씬한 몸매와 길쭉한 얼굴이 미인이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코가 작고 광대뼈는 돌출되어 있는 반면 서양인은 그 반대이다. 그래서 동양여성은 콧대를 세우고 광대뼈를 깎아내기를 원하는 반면 서양여성은 큰 코를 줄이고 광대뼈를 높이기를 원한다.

사람에게는 미인이지만 동식물은 두려워하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미인상이 바뀌는 것을 보면 절대적인 미인은 존재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바야흐로 개성의 시대에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세상이다. 젊음이 미인이라는 말도 있듯이 세월 앞에 장사도 없다. 세상은 상대적인데 인간만 어리석게도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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