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26년…다시 읽는 이병주
타계 26년…다시 읽는 이병주
  • 김귀현
  • 승인 2018.09.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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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동·진주서 3일간 문학제
소설가 이병주

한국 문학의 걸출한 작가 나림 이병주 선생의 타계 26주기,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문학제가 오늘부터 3일간 서울과 진주, 하동에서 이어진다.

이병주 선생은 ‘지리산’ ‘산하’ ‘정도전’ 등으로 문단에 이름을 떨친 역사소설의 대가이자 한 시대의 ‘기록자로서의 소설가’ ‘증언자로서의 소설가’였다.

1921년 출생부터 1992년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70여 년의 세월은 한국 근대사 격동의 현장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남북 이데올로기 대립, 정부수립, 한국전쟁 등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었다. 그의 개인적 경험은 그를 문학인이자 지식인으로서 우리 역사와 민족 비극에 고뇌하게 해 문학으로 승화시킨 동력이 됐다.

이병주 선생은 하동 북천면 출생이다. 증조부의 형제들이 ‘8형제 8000석 8진사’로 이름날 정도로 선대가 하동지역의 유지였다. 그는 북천공립보통학교, 양보공립보통학교(현 북천초등학교, 양보초등학교), 진주공립농업학교를 다녔다.

당시 식민지 교육에 반발하고 저항하는 학풍 속에서 수학한 이병주는 메이지대학 문과를 거쳐 와세다대학 불문과에서 공부하던 중 1944년 학병으로 소집돼 중국 소주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된다. 그는 해방 후 1946년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귀환한다.

귀국 이후 하동군 북천면 생가에서 머물던 이병주 선생은 진주농고 영어교사와 해인대학(현 경남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문단 등단 이전에 부산일보에서는 소설 ‘내일 없는 그 날’을 연재하기도 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이르는 동안 국제신보(현 국제신문)의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5·16 군사 쿠데타 직후 이병주 선생은 필화사건으로 체포돼 혁명재판소에서 10년형을 언도받는다. 교원노조의 고문에 이병주 선생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2년 7개월 간 복역한 뒤 감형으로 출소한다. 옥중에서 구상해 쓴 원고를 정리한 작품이 등단작인 ‘소설 알렉산드리아’(1965)였다.

등단 이후 이어진 대하장편들은 작가의 문학적 지향성을 드러낸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 선생은 데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평단의 관심을 끌었다. 해방 전후 젊은 지식인들의 좌우 갈등을 그린 ‘관부연락선’, 빨치산 항쟁기 ‘지리산’, 이승만 정권 시기를 다룬 ‘산하’, 박정희 정권을 소재로 한 ‘그해 5월’ 등 역작을 잇달아 쏟아냈다.

이병주 선생은 1991년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그는 복간된 본보(당시 신경남일보)의 명예 주필 겸 뉴욕지사장의 직함을 가지고 출국했다. 미국에서 집필 활동을 펼치던 그는 장편 ‘카리브해’와 역사 실명 소설 ‘제5공화국’을 쓰던 중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1992년 4월, 눈을 감았다. 44세에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 선생은 타계할 때까지 27년간 한 달 평균 1000여 매를 써내 80여 권의 작품을 남겼다.

나림의 전작은 19세기 말 개화기에서 1980년대의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문학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로 불리는 그의 작품세계는 ‘문학과 정치의식’을 주제로 28일 서울 경희대학교, 29일 진주 경상대학교, 30일 오전에는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나림 이병주. /사진제공=이병주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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