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저 보잘 것 없는 풀포기도
[월요단상]저 보잘 것 없는 풀포기도
  • 김귀현
  • 승인 2018.09.30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지난 여름, 40도를 오르내리던 기록적인 폭염과 불볕들을 생각할 때, 저 볼품없는 잡초를 바라보노라면 어찌 고개 숙연해지지 않으랴. 저것들의 짧은 생애에 비하면 지난여름의 무더위는 너무 가혹했고, 그래서 힘이 없고 여린 목숨일수록 조용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도 이기적이거나 부자보다는 마땅히 지녀야 할 기본 조건도 못 갖춘 이들이 주변을 편안하게 해주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풀포기나 인간의 생명이 같을진대, 계절이 바뀔 적마다 신의 섭리를 느끼지 않는 이 어찌 있겠는가. 수없이 많은 실수와 잘못을 거쳐서 비로소 우주의 만물을 만든 신이 사람과 저 미물에게도 똑같이 소중한 가치를 두고 각자의 몫을 이루어 내도록 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저 하찮은 생명 한해살이 식물도 여름하늘을 잘 견뎌내었고 지금도 제 할 일을 위해서 서리 내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름철을 거쳐 오면서 자신의 몫으로 해온 건 그 무엇도 없는 듯 자신의 맡은 일에 성실을 다하기커녕, 억지로 자신의 일을 해왔고,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고마운 마음보다는 힘든 것들만 얽혀 있다고 투정만 부리지 않았는가. 때로는 어디론가 떠나 허망의 꿈에 목말라 해야만 했었고, 결국 하늘에 한 자락 흰 구름을 타고 무지개를 쫓아가는 엉뚱한 헛꿈만 꾸면서 이 나이까지 지내 왔으니, 어찌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었겠는가.

길가에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밟히면서도 돋아 꽃피우고, 씨앗을 맺고 익히며 살아가고 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풀포기도 자신의 삶에 충실할 적에 우리는 지난날 헛된 꿈으로만 살아올 수밖에 없었는가? 결국 죄송한 마음에 지금에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라면, 이제 많은 것을 탐내지 말고 조금씩 내려놓기로 하자. 큰 것에 집착 말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충실해지자. 해야 할 일이 무엇이든 성실히 살다가 그 결과로 위대한 목표가 성취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해낸 결과일 수박에 없다.

저 여린 풀포기도 자라면서 잎과 줄기를 튼튼히 할 수밖에 없는, 저만의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고 익히는 그 과정까지 곧 그의 맡은 바 생활은 아니었을까? 우리 역시 큰 꿈과 생의 목표를 가지고 그를 위해 생활을 희생시키는 것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러나 매일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삶이길 바라자.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풀포기라 해도 그 역시 매우 엄격한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으며, 대자연의 섭리이며, 우주의 만물은 만든 신의 미소, 바로 그 큰 힘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