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억 달러 내밀었는데 보잉은 92억 달러 썼다
163억 달러 내밀었는데 보잉은 92억 달러 썼다
  • 김응삼
  • 승인 2018.09.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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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18조원 미공군 훈련기 수주 실패
T-50A TX-2 First Flight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참여한 163억달러(약 18조1745억원) 규모의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일명 T-X사업) 사업 수주전에서 지난달 28일 고배를 마셨다.

이번 APT 사업 수주전에 실패함으로서 진주·사천 항공우주산업단지 건설에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유일의 항공기 종합조립업체인 KAI도 향후 항공기 사업과 해외 수출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업 수주를 내심 기대해 온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도 당혹스러워했고, 자유한국당은 “방산비리 척결에 몰두한 것도 입찰 실패의 중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 공군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APT 교체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보잉-사브(스웨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입찰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을 가져가는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KAI 컨소시엄은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개량 모델 T-50A로 입찰에 참여했다. 보잉 컨소시엄은 N-381로 맞섰다.

이 사업은 57년 된 미 공군의 T-38 훈련기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미 공군은 일차적으로 훈련기 351대와 시뮬레이터 46대를 구매하고 계약상 훈련기 총 475대와 시뮬레이터 120대까지 구매할 수 있다.

미 공군은 발표문에서 “경쟁을 통해 훈련기 구매에 최소 100억달러를 절약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원래 훈련기 351대에 197억달러(약 21조8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사업 예정가는 163억달러(약 18조원)로 92억달러와 큰 차이가 난다.

외신에 따르면 미 공군은 92억달러가 미 공군이 475대를 전부 구매할 경우 보잉에 지급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351대만 구매할 경우 더 낮아지는 셈이다.

KAI는 28일 입장자료에서 “미 공군에 따르면 최저가 낙찰자 선정 방식에 따라 보잉이 선정됐다”며 “록히드마틴사는 KAI와 협력해 전략적인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보잉사의 저가 입찰에 따른 현격한 가격 차이로 탈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KAI는 탈락 이유로 보잉의 저가 입찰을 꼽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KAI에 대한 방산비리 수사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AI는 지난해 APT 사업 입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고 잇단 항공 사고, 입찰 준비 부족 등 내부적 요인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KAI는 입찰 최종 단계까지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방산비리 수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미국 내 방산업체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 정부와 군은 대형 방산업체들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업체에만 일감을 몰아주지 않는다. 항공 분야 라이벌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록히드마틴 수주액이 보잉보다 훨씬 많았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이번 APT 사업까지 록히드마틴이 수주했을 경우 보잉 방산 분야는 고사 위기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이 사업의 규모와 상징성 때문에 입찰 실패에 실망한 분위기다. 지난해 방산비리 수사로 얼룩진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미 공군에 훈련기를 납품하면 그 실적이 미 공군의 추후 입찰은 물론 다른 국가 입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KAI가 당장의 수익성보다 향후 가능성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수주했어야 하는 사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소형무장헬기(LHX) 사업, 정찰위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응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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