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
갈등(葛藤)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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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농협 고성지부장)
 양진석
올 여름 제주도를 다녀왔다. 일정 중에 원시림 곶자왈이라는 곳이 포함돼 있었다. 곶자왈에 도착하니 숲 해설사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는 우리를 숲 속 가운데로 안내해 나무와 바위 등에 얽힌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갈등(葛藤)이라는 단어의 유래인 칡과 등나무가 한 나무를 감고 살아가는 실제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갈등(葛藤)은 한자로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라는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칡은 오른쪽으로 나무를 감으며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나무를 감으며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다. 그러므로 칡과 등나무가 한곳에 자라 같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늦게 감고 올라가는 식물이 먼저 감고 올라가는 식물의 줄기를 누르게 된다. 그래서 먼저 감은 줄기는 밑에 눌려 서서히 죽는다. 하지만 뿌리까지 죽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죽은 줄기 위에 새순이 올라와 다시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이제는 반대로 눌리게 된 줄기가 서서히 죽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갈등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 이해관계 따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많은 갈등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조직에서 조직원일 경우에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부부지간에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신혼 초기에는 심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긴 세월 이해와 양보를 통해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서히 갈등이 해소되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닮아간다고 한다. 중국 제나라 시절, 왕이 인재 등용을 지시하자 한 신하가 일곱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왕이 “너무 많지 않냐”고 묻자 신하는 “같은 종의 새가 무리지어 살 듯 인재도 끼리끼리 모인다”고 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생각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고 양보를 잘하므로 대부분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어떤 선택의 문제를 만났을 때 시종일관 의견을 달리하고 반대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칡과 등나무가 처음부터 안 만났다면 갈등이라는 단어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사람도 처음부터 등나무 같은 사람은 칡과 같은 사람을, 칡 같은 사람은 등나무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갈등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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