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중년의 배움과 도전
[농업이야기]중년의 배움과 도전
  • 경남일보
  • 승인 2018.10.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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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경남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 공학박사)
경남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에 오면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된다.

벼농사, 밭농사, 과수농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 도시에서 귀농하신 분, 공직에 계시다가 퇴직하시고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분 등 다양한 경력과 사연을 가지고 인생 2모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이들의 연령층은 대부분 중년층이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모두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한결같은 의욕과 학구열이 넘친다. 여러 교육과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농업기계교육에 참여하시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농업인 교육과정 중에서 농기계정비기능사 자격취득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교육생들의 모임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처음에는 정기적으로 모여 단순히 친목을 다질 목적으로 ‘경남농업기계기술연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도 활용할 기회가 없어 배운 기술을 계속 잊어먹는다’는 의견들이 많아 기술도 연마할 겸하여 배운 기술을 농기계 정비가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분기별로 하게 되었다.

올해로 벌써 7년째 접어들었고 참여인원도 10여명에서 현재 50명까지 는 회원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초창기 정비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봉사지역 농가에서는 반기기보다 오히려 내 농기계를 더 고장 내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농업인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입소문이 나면서 정비봉사를 한 이웃마을이나 신문기사를 보고 연락 오는 곳이 많아졌다.

2016년부터는 개인 정비기술능력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전국기능경기대회 농업기계정비분야에 출전하여 손자,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 지금도 그때 기억들을 잊을 수가 없다. 콤바인 탈곡통을 힘들게 겨우 들어 올리시는 모습, 고장 난 부분을 찾아서 시동을 걸어 기뻐하시는 모습, 이마에 땀이 나도록 저녁 늦게까지 경기하시는 모습, 초조한 마음으로 선수 대기실에 기다리고 계셨던 모습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 이런 고생을 시킨 나 자신이 죄송스러웠다.

어렵게 배운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31명 출전 선수 중 6위를 차지해 장려상을 수상한 성과도 올렸다. 농업기계정비분야의 출전선수들은 대부분 생업으로 하시 분들이 출전하기에 장려상은 큰 의미가 있었고, 내가 받은 것처럼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중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대회에서 금, 동메달을 받은 두 분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는데, 주경야독(晝耕夜讀) 하는 마음으로 현업인 농사에 집중하고 농한기 때는 매일 농업기술원 농업기계교육장에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디젤엔진을 분해조립하며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6개월간의 긴 여정이 10월 5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좋은 결실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인생에 있어 중년은 새털구름처럼 석양을 품어 곱게 서쪽 하늘을 물들다 조용히 사라진다고. 유대계 독일인인 사무엘 율만의 ‘청춘’ 시를 좋아 했던 맥아더 장군은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면 인생이 주름진다’을 인용하여 말하며, 은퇴하면서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도 인생2모작을 위해서 배우고 도전하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승윤(경남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 공학박사)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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